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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임상목회 컬럼을 시작하며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필자는 약 3년 전부터 목회사역과 더불어 병원채플린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3일 정도 근무를 하면서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요청을 받아 환자와 그 가족들을 병실로 방문합니다. 하루에 적게는 대 여섯 명에서 많게는 열 명 가까이 방문을 합니다. 환자당 방문 소요 시간도 짧게는 15분 정도에서 길게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문을 마친 후에는 환자나 보호자 가족과 나눈 대화의 내용을 근거로 병원 컴퓨터 프로그램의 환자 차트에 자세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놓아야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는 진료팀의 모든 사람들의 소견이 기록되어, 전담 의료진들이 신체적, 감정적, 심리적, 영적인 모든 측면을 고려해서 전인적인 치료 방향과 목적에 따라 수시로 참고를 하고 결정을 하는 일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미국에서 채플린은 환자나 가족뿐 아니라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감성적, 영적 지원을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진료팀(Care Team)의 일원으로 여겨져서 평균 환자50명 당 채플린 한 명의 비율로 채용해서 근무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가령 입원 병상이 약 300개 정도 되는 종합병원이라면 채플린이 6명 정도 근무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종합병원에서는 전담 채플린들뿐만 아니라 채플린 교육과 양성을 위한 임상목회 훈련(Clinical Pastoral Education Training)을 실시하도록 미국임상목회협회(ACPE, Association of Clinical Pastoral Education)가 인준한 책임교수(CPE Supervisor)가 채플린 인턴과 레지던트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시스템이 잘 확립되어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채플린으로 활동하려면 임상목회(CPE) 4 units, 즉 1,600시간의 철저한 임상 교육 훈련을 이수해야만 합니다. 풀타임 전문 채플린 사역자가 되려면 그밖에 미국 채플린 협회(APC, Association of Professional Chaplains)의 Board Certification 과정을 거쳐 정식 인준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극히 소수의 종합병원에서만 채플린 임상목회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병원은 은퇴하신 목사님 한 분 정도가 병원 직원들이나 장기 입원 환자와 입원환자의 가족들 가운데 주일 예배를 병원에서 드리길 원하는 분들을 위해서 병원교회 주일예배를 인도하거나, 간혹 신자들의 요청에 따라 병실을 방문해 기도해주시는 제한적인 소위 병원 목회 사역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것도 기독교 계통의 대학병원과 카톨릭병원들에서만 주로 병원원목이란 이름으로 봉사하고 계십니다. 대부분의 원목이 교회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고 병원에서는 별도로 예산을 책정해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원목사역이 낙후되어 있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구미에서는 병원 자체적으로 다른 의료진들과 같이 채플린까지 전적으로 모든 인건비와 활동비용을 제공하고 있어서 환자와 보호자 가족의 만족도가 높고, 한 번이라도 채플린과의 만남을 통해서 위로와 은혜를 체험하고 심적, 영적인 안정과 회복을 체험한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거나 방문할 때마다 채플린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개신교 목사인 저로서는 채플린 사역을 하면서 한 가지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있는데, 다름 아닌 목회자들의 병원환자심방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카톨릭 신자들은 출석하는 성당에 상관없이 입원시 병원차트에 천주교 신자라고만 밝히면, 그 명단이 종교별로 분류되어 작성되어 매일 아침 인근 천주교교구에서 병원방문전담 자원봉사자들이 그 환자들을 병실마다 방문해서 기도해주고, 성찬식을 비롯한 의식까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기독교 신자라고 밝히는 환자들은 가장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교회에 출석을 못하고 지낸지 오래된 노인환자나 장기 투병환자들이 많아서 수년 내지 십수년 전에 출석하던 교회에서는 아예 입원 자체를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누가 심방을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인 환자들의 경우는 기독교인 채플린들이 아니면 영적인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한 가지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은퇴하신 미국 목사님들이나 현역 목사님들이 저녁시간이나 주말시간에 자원봉사자로 병원에 급하게 채플린 방문이 필요한 경우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On-Call Volunteer Chaplain으로 봉사하는 분들이 지역 병원에 계신 것입니다. 한국 이민 목회자들은 사실 미국 목회자들에 비해서 새벽예배를 비롯한 평일 심방과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등 과도한 사역일정으로 인해 지역사회병원 등에 있는 한국인 환자들을 위한 자원 봉사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의 종합병원에는 한인 기독교인 환자들 뿐 아니라, 교회를 다니다 떠난 지 오래된 사람들, 한 번도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 신앙에 회의적이거나 기독교에 반감을 갖고 있다가도 죽음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수많은 환자들이 병실에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양로병원에 전도하러 어쩌다 일년에 한 번 심방하는 사역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자로 간단한 훈련을 받고 한인 환자들이 들어왔을 때 연락을 받고 방문을 해서 말을 들어주고 위로하며 기도해주시다 보면 마음 문을 열고 하나님을 다시 만나는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td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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