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휘게란 덴마크어로 ‘위안, 포옹, 배려, 웰빙 분위기’에서 유래되었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또는 혼자서 보내는 아늑한 시간‘을 뜻합니다. 가령 호화스럽거나 화려하지 않게,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들과 지인들이 모여 작은 양초들을 밝히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거나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며 일상의 즐거운 대화들을 함께 나누며 보내는 시간을 “휘게”라고 합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화려한 것보다 내면에서 행복의 원천을 찾으려 하기에 스스로 느끼는 “행복 체감도”가 높다고 합니다. 내 안에서의 ‘휘게’, 가끔은 혼자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 손에 담고 그 따스함을 느끼며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들,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며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여유 있는 휘게!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는 행복한 순간들입니다. 어떤 분은 여기에 휘게 10계명을 말합니다. ①분위기를 만든다. ②지금 이 순간을 누린다. ③디저트와 차로 달콤한 휴식을 가진다. ➃모두를 평등하게 생각한다(‘나’보다는 ‘우리’). ➄감사하고 만끽한다. ➅분위기를 조화롭게 한다. ➆긴장을 풀고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➇감정 표현은 쉰다. ➈화목한 마음으로 추억을 되새긴다. ➉편안하고 포근한 장소를 정한다. “휘게”는 일상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이 모여 행복한 삶을 만들어갑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시간들을 “일과 성취 중심”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지나간 한해도, 또 그전에도. 어느 삶의 현장이든 녹녹치 않은 환경 속에서 삶의 여유 없이 생존을 위한 시간들을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만족해야 하지만 어느덧 “이루었으나 무엇인가를 놓치고 잃어 버린 듯한” 공허한 마음을 안고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관계의 상실”이 아닐까?,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부부의 관계, 나와 자녀들과의 관계, 나와 성도들, 주변 이웃들 지인들과의 관계 등등. 관계들 안에 채워져야 할 내면의 충만함 바로 그것이 메마르고 고갈되었을 때 느끼는 공허가 아닐까? 하나님과의 깊은 실존적 만남이 사라지고 형식적인 종교인이 되었다면, 부부와 자녀들과도 따뜻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배려와 비전을 나누지 못한 채 혈연이라는 끈과 울타리에만 연연하고 있다면, 타인과의 만남이 삶을 나누는 상생의 만남이 아니라 내 이익과 일의 성취를 위해 필요한 만남으로만 작용한다면, 과연 우리들은 깊은 내면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진정한 행복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사람은 질문하고 성경은 대답합니다. 하나님이 성경을 통하여 사람에게 던진 처음 2가지 질문에서 그 대답을 찾아가 봅니다. 처음 질문은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Where are you? 창3:9), 다음 질문은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Where is your brother? 창4:9)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죄를 짓고, 숨고, 가리고, 도망치는 아담을 하나님이 찾으시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아담과 같은 우리들을 쉴 새 없이 찾으십니다. “하나님과 나와의 실존적 관계”입니다. 신약의 탕자의 비유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가인이 아벨을 죽이자 하나님이 아벨을 찾으시는 장면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이웃과의 상생적 관계”입니다. 신약의 선한사마리아인의 비유입니다. 이 둘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이 만나는 지점이 반드시 있어야 나의 십자가(My Cross)가 됩니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즉 무리와 군중이 아니라 나의 제자가 되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눅14:27)고 말씀하십니다. 자기 십자가는 2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즉 하나님과 나와의 실존적 관계의 회복, 나와 이웃(부부, 부모, 자녀, 친족, 지인, 목회자, 성도, 사업 파트너, 주인, 종업원 등등)과의 상생적 관계의 회복. 각자의 삶의 순간순간마다 자기 십자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사는 것, 바로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입니다. 실존적 관계로의 치료와 회복이요, 상생적 관계로의 전환입니다.
2017년을 열어가는 새해에는, 이제 일과 성취를 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던 걸음 잠간 멈추고(셀라, Stop & Listen), 매우 자주 하나님을 바라보고 이웃을 돌아보는 “휘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는지요? 그리고 휘게의 시간을 통하여 하나님과 나와의 실존적 관계를 회복하여 종교인의 틀을 깨고 신앙인으로 살아가 하나님이 나의 주변을 운행하시는 것을 느끼고 고백하며 간증하고, 또한 나 중심으로 살았던 시간들을 깨고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상생으로 삶의 자리를 옮겨 앉는, 그래서 자기 십자가를 다시 회복하여 믿음의 부자로 사는 한해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미주크리스천신문 가족들에게 주님의 평강과 축복을 전합니다. pastor.e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