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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각보다 높으신 하나님의 생각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또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올 한 해는 예년보다 매우 부산스러웠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일년내내 미국 대통령 선거로 인해 뉴스에 매달렸던 것이 마음을 요란하게 하였다. 클린턴 대 트럼프의 구도가 서로 너무나 막상막하로 진흙탕 싸움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뿐이었다. 워낙 선거 당일까지도 예측을 불허한 혼전이었던 데다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놀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는데 어찌 힘들지 않았겠는가? 그런가 하면 트럼프 당선인은 발 빠르게 집권을 준비하며 범죄 기록이 있는 불법 이민자 200여만을 추방한다고 공언하면서 정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이런 행보로 인해 소수계에 속하는 우리들에게 불이익이 찾아오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한국에서 시시각각 들려오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한 충격적인 뉴스로 정신이 쉴 틈이 없었다. 캐면 캘수록 또 다른 뉴스거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니 아직도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촛불 민심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지만 대통령은 국정의 마비를 명분으로 탄핵을 당할지언정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친 형국으로 앞으로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실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이번 선거는 가치관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후보는 온갖 추문과 그다지 신앙적이지 않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한인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에 방위비 분담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으름장까지 놓으며, 어렵사리 체결한 한미 FTA를 재검토하겠다고 외쳐대는 사람을 지지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미국이 살 길은 청교도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외치고 있는 목사의 입장에서 기독교적 가치관 문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런 면에서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당장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을 선임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중요 결정사항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고 오는 세대에게 물려줄 이 나라를 반 기독교적인 진보 진영의 후보에게 내 소중한 한 표를 내어준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하나님은 트럼프 후보의 손을 들어주셨다. 그가 도덕적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의 손을 들어주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안다. 그의 투박하고 거친 기성정치인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아웃사이더로서의 신선한 모습 때문도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의 주권은 종교개혁을 일으킨 존 칼빈의 평생의 주제였다. 그는 하나님이 만물의 주재자이심을 철두철미 믿었다. 만물이 그분에게서 나왔고 그분으로 말미암고 그분에게 돌아간다(롬11:36)는 사상이 그의 신학의 대전제였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 하나님의 길 역시 우리의 길과는 다르다.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하나님의 길은 우리의 길보다 높으시며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높으시다(사55:8,9). 하나님은 그분의 높으신 뜻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 가시는 분이시다. 누구라서 감히 이런 하나님의 뜻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전적으로 이루어나가실 것을 믿으면서 누구를 지지했든지 우리는 함부로 교만하거나 낙심해선 안 된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한인의 65%가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는 통계를 보았다. 아마도 그녀가 부도덕한 말과 행실의 트럼프 후보보다는 그래도 윤리적인 면에서 더 낫고,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남성 위주 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뜨리게 하고 싶고, 소수계를 더 배려하고, 대한민국에 더 우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선거 당일까지도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지 않겠나 싶었다. 또한 최선을 다해 싸운 그가 정말 힘들었을 텐데 패배를 인정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의 전화를 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의 패배가 결코 초라하게 보이지 않았다. 또한 패배인정 연설에서 자신이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깨어질 것이라고 믿으며 성경을 인용할 때 많은 감동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반 트럼프 운동을 벌일 정도로 미국은 이번 선거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거 국면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선도해 주기를 기도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는 신앙인의 올바른 태도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어떤 한 편을 들기보다 이 모든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기도해야 한다. 하루 두 번 두 시간씩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던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의 구국기도실 좌우 기둥에는 이런 글자가 써있다고 한다. “조국이여 안심하라, 온 겨레여 안심하라.” 그 어느 때보다 기도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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