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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나무골에서(36): 두 나라의 대통령 이야기

박동서 목사 (엘크그로브 가스펠교회)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전대미문의 분열과 잡음을 드러낸 바, 공화당은 전당대회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 지도부 대다수의 외면과 불신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공화당 전당대회 지명자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공연히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심지어는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공언하는 공화당 국회의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트럼프 후보의 여성비하, 소수자 비하, 극단적인 이민자 정책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는 전직 대통령이었던 남편의 후광을 입고 클린턴 재단을 만들어 강연회를 명목으로 수 백만불에서 수 천만불에 이르는 정치자금을 교묘히 모금함으로써 국민들의 박탈감을 불러일으켰고, 각종 개인적 정치활동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안이 철저한 국무부 장관 전용의 이메일을 사적으로 사용한 후, 30,000여개의 비밀 이메일 교신을 삭제해버린 사건으로 도덕성, 청렴성, 통전성을 상실해서 국민들로부터 가장 정직하지 못한 후보라는 오명을 갖고 선거에 임했었습니다. 한인들과 이민교회 목회자들조차 누구를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의 말이 가장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인들은 보통 지지정당이 확실한 편이라서 일단 전당대회에서 후보가 지명되면 거의 예외 없이 그 정당의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올해만큼은 만나는 사람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공화당 트럼프의 반전에 가까운 압승이었습니다. 미국 언론은 몇 가지로 승리의 요인을 분석했는데, 그 첫째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그만큼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식상감이 컸고, 민족주의적인 미국 위주의 정책을 표명한 트럼프의 공약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한 백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숨은 불만이 결집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밖에도 힐러리 후보의 이메일 사건이 선거직전 다시 수사를 받은 것, 등 다른 요인들도 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은 것은 개신교 기독교인들과 천주교 교인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여론 조사에서 계속 앞서 달리던 힐러리 후보를 패배하게 했다는 출구조사 결과였습니다.

낙태와 동성애를 공공연히 지지하는 진보적인 힐러리 후보보다는, 막말을 일삼고 윤리 도덕적 문제가 많은 후보 같아 보이지만 두 가지 신학적인 쟁점에서 기독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은 트럼프 후보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선거는 기독교인들의 입김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며,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와 동성애는 여전히 선거 때마다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사이비 교주였던 최태민과 그 딸 최순실로 인해 40여년 동안 영적인 아바타 노릇을 하며 살아왔다는 전대미문의 사실이 폭로되면서, 온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100만명 가까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군중 속에는 단골 운동권, 노조, 전교조, 진보연대 같은 급진 좌파, 야당 정치인들만 아니라 상당수의 일반 시민들과 심지어 박대통령을 뽑았던 보수층 시민들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보수가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언론들이 보수 정당 출신의 대통령과 그 주변의 난맥상을 탐사 보도하는 일에 가장 앞서고 있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수 여당은 이미 설 곳을 잃었고, 대통령은 최악의 경우는 탄핵, 자진 하야, 그나마 최선의 배려가 있어도 모든 권력을 포기하고 식물 대통령으로 남은 임기를 보내야하는 비참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가장 수치스러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대통령이 영애일 때부터 시작된 잘못된 영적 만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어버린 아픔이 있었을지라도 최태민과 같은 무당 사이비 교주를 의지하며 정치인의 꿈을 키워나감으로써 사실은 악의 씨앗을 심어가며 언젠가는 그 열매와 수확을 거둘 수밖에 없는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된 일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충격을 받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 국민들이 바로 기독교인들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보수요, 보수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공식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보수 정치만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라,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야말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동안 개교회 성장에만 애썼지, 나라와 대통령과 같은 위정자들을 위해서 충분히 기도하지 못했음을 회개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일부 있습니다. 교회는 보수를 등에 업은 정치, 경제, 사회의 기득권층만을 옹호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었기에, 나라가 최대의 영적인 혼란에 빠졌어도 이 영적인 위기의 현장에서, 분노하고 불안에 떠는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영적 지도자가 한국 교회에 없다는 사실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주여, 이 나라와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td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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