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제주 해녀'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감독 “고희영”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는 제주 해녀들의 금기어인 “물숨”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제주 해녀들에게는 “숨비와 물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숨비”는 제주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다 참다 끊어지기 직전 수면 위로 올라와 길게 "호이~ 호이~" 휘파람을 내며 숨을 쉬는데 이를 '숨비'라고 합니다. 이 숨비는 생명입니다. 다른 하나인 '물숨'은 “마음의 숨소리”입니다. 자기가 숨을 쉬었다고 착각하고 숨을 삼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해녀들이 최대한 숨을 참다 이제 숨을 쉬려고 물 위로 올라와야 하는 그 순간, 너무 큰 전복이나 큰 홍삼이나 진주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캐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되고 그 욕망이 너무 커서 아직 바다 속인데도 물 위라고 착각해서, “허”하고 숨을 들이마시는데 이를 “물숨”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때 해녀들은 숨을 못 쉬고 물을 먹게 되어 죽는다고 합니다. 해마다 이 “물숨” 때문에 많은 해녀들이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숨비”가 “생명”이라면 “물숨”은 “죽음”입니다. 그래서 제주도 해녀들은 이 물숨과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딸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욕심을 내지 말고 숨비만큼만 따. 눈이 욕심이야. 욕심을 잘 다스려야 해." “숨비” 만큼만 따면 되는데, 그러지 못해 욕심 때문에 물숨을 쉬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조금만 더”라는 욕심이 이렇게 우리를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1:15). 우리는 욕심을 절제해야 합니다. 성령의 9가지 열매 가운데 하나가 “절제”입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절제니...”(갈5:22) “조금만 더”라는 “욕심”을 절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욕심에서 자유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욕심을 절제하며 욕심에서 자유하여, 감사치 않는 세상과 사람 속에서 범사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입니다(갈5:18). 얼마전 새벽기도회 때 호세아서를 하다가 은혜를 받았습니다. “배가 불렀고 배가 부르니 그들의 마음이 교만하여 이로 말미암아 나를 잊었느니라”(호13:6). 배가 부르니 마음이 교만하여지고 하나님을 점점 잊어먹는 종교인이 되더라는 말입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내가 교만하여져 하나님을 잊는 자가 될 정도의 부자가 아닌 것을 감사드렸습니다. 내가 교만하지 않고 하나님을 잊지 않는 겸손한 신앙인이 될 만큼만 배가 부른 것도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11월 감사의 달을 맞아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신앙의 주제는 “욕심의 절제, 욕심에서 자유”입니다. 욕심 때문에 사망의 길로 들어서면 안됩니다.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다툼을 일으켜서도 안됩니다. “욕심이 많은 자는 다툼을 일으키나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풍족하게 되느니라”(잠28:25). 다른 사람들과의 다툼은 바로 나의 욕심과 상대방의 욕심이 부대끼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욕심이 많은 자는 항상 다툼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여호와를 의지하며 사는 사람은 항상 마음이, 인생이 감사가 있고 풍요롭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욕심에서 자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대답은 나누며 섬기며 살아야 합니다. 어둠과 죄악의 길로 안 가려고 발버둥 치는 게 율법이라면, 복음은 빛과 의의 길로 힘써 가는 겁니다. 빛으로 가면 자연히 어둠은 사라질 것이고, 의의 길로 가면 죄의 자리에 서지 않게 됩니다. 욕심을 절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율법이라면, 복음은 무엇입니까? 섬기고 베풀며 나누려고 애쓰는 게 복음입니다. 섬기고 나누려고 애쓰면 자연히 욕심에서 자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믿는 자는 손에 꼭꼭 쥐며 더 많이 쥐려고 사는 게 아닙니다. 믿는 자는 손을 쫙쫙 피며 더 많이 나누며 사는 겁니다. 뭐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베풀고 나눌 때 비로소 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행복과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나눌 때 비로소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건강과 생명에,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가족들과 자녀들에,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일용할 양식에, 하나님이 나에게 섬기라고 허락하신 교회에, 하나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매일 매일의 일상에 버릴 것 하나 없이 범사에 빠짐없이 감사하게 됩니다.
나눌 때 비로소 우리들에게는 천국과 구원과 영생이 더욱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이 욕심을 절제하고, 욕심에서 자유하여 범사에 감사할 수 있는 길입니다. 올 가을 11월 감사의 달을 맞아 내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pastor.e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