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알려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박사가 향년 87세로, LA 자택에서 타계했다. 그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본 '제 3의 물결'(The Third Wave)이란 책으로 고대에서 현대, 미래에 이르기까지의 인류문명의 변화와 발전의 역사를 물결이라는 상징 언어로 해석하여 소개함으로 신선한 도전과 충격을 안겨준 인물이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제1의 물결은 수천 년을 거쳐 고대 인류들의 수렵, 채집사회에서 집단 농경 체제로의 혁명적 변화의 물결이다. 제2의 물결은 3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산업혁명의 물결로 보았다. 기술의 발달로 대량생산, 대량분배, 대량소비가 물결친다. 그리고 제3의 물결은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IT혁명, 즉 정보화 시대 혹은 지식혁명의 물결로 설명하고 있다. 컴퓨터, 전자공학을 근거로 한 SNS의 발달은 세계 지구촌화(Glocalization)를 앞당겨온 놀라운 물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가 2007년, '부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 '제4의 물결'을 예견했다. 제4의 물결은 21세기를 선도하고 있는 생명공학(Biotechnology)과 우주공학(Aerospace Engineering)의 발전으로 인한 인류문명의 획기적인 변화의 물결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 각국의 정상, 장관, 국제기구 수장, 재계 및 금융계 최고 경영자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경제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다보스 포럼(Davos Forum)에서는 미래산업으로 로봇, 인공지능(AI), 3D 프린터, 바이오 산업 등이 인간의 삶을 현저하게 변화시킬 것을 예상했다. 이미 로봇과 인공지능은 산업 현장에 투입돼 인력을 대체해 가고 있음으로 인해 노동의 주체였던 인간이 로봇과 인공지능에게 점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비인간화는 미래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물결이론은 다분히 문명 낙관론적 관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책, '부의 미래'에서도 그는 자본주의의 미래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으며 부의 혁명이 오히려 세계적 빈곤 퇴치를 혁명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임을 기대하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성경은 인류문명에 대해 종말론적 낙관론을 허용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종말의 경고(마24장)나, 사도 바울의 종말의 특징들(딤후3:1-5), 사도 요한의 계시록에 나타나는 타락한 인류문명의 종말은 바벨론 심판으로 대변되며(계18장), 새 하늘과 새 땅의 전조에 불과하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의 창설자인 허만 칸(Herman Kahn)의 제4의 물결 이론이 있다. 그에 의하면, 인류 문명사에는 3개의 큰 분수령이 있는데, 제1 물결은 자원 채취 활동이며, 제2의 물결은 제조업의 활동이며, 제3의 물결은 정보, 통신, 행정, 금융, 광고, 교육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활동이며, 21세기로 대변되는 제4의 물결은 인간의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결로, 인간의 삶의 질과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예견한다. 앨빈 토플러의 물결이론과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지만,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의 선교학적 측면에서 제4의 물결에 대해 언급한 패트릭 존스톤(Patrick Johnstone)이 있다. 그는 영국출신으로 케냐와 남아프리카, 짐바브웨 등 여러 나라에서 선교사로 사역하였는데, 세계선교 역사의 흐름을 제4의 물결로 설명한다. 제1의 물결은 대륙 연안 지대를 향한 교단 중심의 선교이며, 제2의 물결은 대륙중심부를 향한 초교파적인 흐름이며, 제3의 물결은 국가단위를 중심으로 하는 선교운동이다. 이에 반해 제4의 물결은 20세기 중반부터 흐르는 물결인데, 국가 단위보다는 종족단위로 복음이 전해지는 흐름이다. 이제는 한 국가 안에도 다양한 문화와 종족들이 상존하게 되는 지구촌화를 배경으로 한다. 이 때는 선교의 주도권이 서구권에서 점점 비서구권 지역으로 옮겨가는 시대이며, 특히 그 중심에는 동일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세계로 흩어지는 디아스포라가 존재하는 선교 흐름이다. UN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자국을 떠나 타국에 이주하는 세계적 디아스포라 인구는 무려 2억5천만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그의 책,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에서 향후 50년 이내에 세계 10억의 인구가 자국을 떠나 타국으로 이주하여 사는 '지구촌 신 유목민 시대'가 도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에 흩어진 우리 한민족 디아스포라만 해도 무려 800만이나 된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 이주자가 현재 150만이나 되며 2025년도에는 약 5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한국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이러한 지구촌 디아스포라 중심의 선교 운동의 흐름은 Pax-Romana에 견줄만한 놀랄만한 하나님의 비상하신 섭리이다. 사도 바울이 그 물결을 타고 복음의 승리를 이루었듯이 우리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제4의 물결들을 예의 주시하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의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도처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 5,000여 한인교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한 종말론적 통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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