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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범죄(hate crime)를 경계하라

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지난주일(12일) 오전 2시에, 플로리다 올랜도의 한 게이 바('Pulse')에서 50명이 사망하고 53명이 중경상을 입는 미국 역대 최악의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은 아프가니스탄계 이민 2세로 밝혀졌다. 그의 아버지의 진술에 의하면, 범인은 평소에 동성애를 혐오하였으며, 사건 발생 몇 달 전 거리에서 게이 커플이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분노했었다고 한다. 이슬람교도의 호모 포비아(homo phobia, 동성애 혐오)가 범행 동기일 가능성이 크다. 유력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즉시, "모든 무슬림의 입국 금지조치"를 선거 전략으로 재 점화하고 있다. 동성애 혐오범죄에 대한 이슬람 포비아(Islam phobia, 이슬람 혐오)로 맞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우리 사회 안팎에는 이처럼 다양한 혐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혐오범죄'(hate crime)란 '증오범죄'(憎惡犯罪)라고 해석될 수 있는 용어로서 특정한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지향 등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가지고 테러를 가하는 극단적인 범죄 행위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나찌즘, 파시즘, 공산주의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때 미국 내에서 KKK단이 있었다. KKK(Ku Klux Klan,'원 집단')는 백인우월주의 집단으로서 백인을 상징하는 흰색 천으로 온 몸을 감싸고 흰 두건을 쓰고 다니며 자신들과 다른 인종들, 특히 유대인들과 흑인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으로 테러를 일삼았다. 이들의 출현은 흑인들의 정치적 진출을 막기 위해 흑인들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을 협박하며 테러를 가했던 것이다. 1999년 4월 콜로라도 주에서 빚어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 국적의 1.5세의 한 학생에 의해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시의 한 흑인교회에서 백인에 의해 자행된 총기난사 사건들은 한결같이 소수 인종 차별과 종교적 편견에서 비롯된 일종의 증오범죄였다. 얼마 전 서울 강남 역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 역시 여성혐오 범죄였다. 정신 병력이 있었다고 알려지지만, 그 기저에는 사회적, 심리적 맥락이 유관하기에 평소 여성과의 관계에서 심각한 상처 혹은 소통 장애에 따른 여성 증오심이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혐오범죄들의 기저에는 자문화 중심주의(ethnocentrism) 혹은 자기 보호주의(self-nativism)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문화(민족) 중심주의 혹은 자기 보호주의는 철저히 자문화의 가치와 습관(오래된 전통 또는 관점)을 다른 문화의 것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기에, 다른 여타의 문화에 대해 교제의 문을 닫으며 나아가 배척하거나 증오하여 대결의 양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한때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며, 모든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다고 생각하는 '중화사상'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이러한 중화사상에서 중국은 때로 자국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 국가를 동이, 남만, 북적 등으로 부르며 자신들과 다른 민족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던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세계정세는 이러한 자문화 중심주의에 의한 갈등과 대결국면의 긴장이 끊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게 된다.

기독교 선교역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권 선교에는 제국주의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서구문화가 우월하며 타 문화들은 열등하다고 인식하여 복음전파라는 명목으로, 서구문명으로 이식시키려는 패권주의적 경향을 낳은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은 단일한 문화적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모든 나라와 민족과 열방이 함께 어우러져 그리스도의 주권아래 놓이는 평화의 나라이다. 그 어떠한 혐오주의는 또 다른 문화적 패권주의일 뿐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죄악에 대해서는 혐오하지만, 그 문화에 대해서는 구속의 대상이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문화적 맥락에서 복음의 접촉점(Gospel contact point)을 찾아야 한다. 혐오가 아니라 사랑과 긍휼이다. 혼합주의적이어서도 안되지만, 패권주의적이어서도 안된다. 진정한 하나님 나라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는"(사11:6-8) 평화의 나라이며, 십자가는 하나님의 심판과 그리스도의 대속이 만나는 복음의 접촉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적 마음으로(빌2:5-11) 십자가의 인류학을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johndjc@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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