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최근 한국에서는 '옥시(Oxy)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PHMG, PGH)로 인한 피해자가 1,500여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무려 현재까지 24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어서 심각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에서는 정화조 세정제나 부패 방지제 등으로 사용되는 이러한 독성물질이 호흡기로 들어올 때에는 폐가 서서히 굳어져 심각한 폐질환(폐섬유화)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하는데, 버젓이 "아이들에게 안심"이라는 광고문구에 속아 살균제의 독성을 무방비로 흡입하고만 셈이 된 것이다. 국내에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가 나온 1994년부터 지난 17년 동안, 살균제에 노출된 국민을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800여만 명 정도가 되며, 살균제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매년 60만개씩 팔려나갔으니 앞으로 드러날 피해 사례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살균제에 노출된 후 발병까지 기간이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15년 이상 걸린 환자도 있는 것을 볼 때, 자신이 피해자인지조차 모르고 죽은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 규모도 상당하리라 예상이 된다. 이러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문제만이 아니라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페브리즈'와 같은 탈취제, 여타의 합성세제들, 물티슈 등 329개 살(殺)생물제 제품에도 인체에 해로운 독성 화학 물질들(PHMG,CMIT,MIT)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상생활 공산품사용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일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나, 그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 이기적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안방 세월호 사건이며 과학문명의 이기들을 짝퉁 하나님으로 섬긴 죄악의 결과들이다.
지난 13일, 뉴욕타임스는 생명과학계에서 흥미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하버드 비밀회의에 대해 보도하였다. 지난 10일, 하버드 의대 대학원에서는 "10년 안에 세포계(cell line) 안의 인간 게놈을 모두 합성한다"는 목표로 150여명의 과학자와 변호사, 기업인들을 모아 ‘비밀회의’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그간의 인간게놈 연구가 인간의 DNA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30억 개의 염기쌍을 인간의 손으로 ‘작성’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는 취지라고 전해지는데,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만일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생물학적 부모 없이도 인간 게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수퍼인간'(super human)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제 하나님의 창조사역을 대체하고자 하는 과학문명의 바벨탑은 올라갈 데까지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 이어 지난 16일에는 53개의 손을 가진 인공지능(AI) 피아니스트 테오와 인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Roberto Prosseda)의 연주 대결이 펼쳐졌다. 2012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AI) 로봇 테오 안에는 143명 작곡가의 800여개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어서 지시하는 대로 건반을 눌러 실수 없이 악보에 맞춰 정확하고 빠른 연주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작곡자나 연주자의 영감을 담아낼 수 없기에 그것은 그저 현의 울림이나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뉴욕의 한 대형 로펌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로봇인 로스(ROSS)를 고용해 화제이다. IBM의 인공지능(Al) 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제작된 로스가 맡게 되는 직무는 수천 건의 파산 관련 판례를 수집하고 분석해 도움이 될 만한 자료와 내용을 골라내는 일이다.
이 업무 역시 짧은 시간에 주어진 데이터를 분류하고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능은 탁월하지만, 각 사건마다 담겨져 있는 시대 문화적 삶의 정황과 맥락은 담아낼 수 없어 이 역시 해법이 되지 못하고 또 다른 데이터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달은 계속 발달해나감으로 예측불허의 상황을 가져올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면을 간파한 레이 커즈와일(Ray Kruzweil)을 비롯한 일부 미래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급속해짐으로 인간의 생활이 되돌려질 수 없도록 변화되는 기점이 있으며, 이러한 인류문명의 현저한 변화의 기점을 '싱규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자들마다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으로 해석하며, 그 시기는 대략 2050여년 경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물론 나노기술, 유전자 합성 생물학, 인공지능의 발달, 특히 지구 온난화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기상학자들에 의하면 2070년도 정도 되면, 지구는 평균기온이 섭씨4도 정도 상승해서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별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과학과 인문학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인류문명의 숙명은 그 주체인 인간학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점점 다가오는 인류문명의 싱귤래리티를 넘어서는 유일한 길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는 인류문명의 근원을 타락과 구속의 인간학으로 풀어가는 사도바울의 계시의 비밀, 곧 모든 피조물들이 썩어짐의 종노릇하는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이다(참고, 롬7:21-23). 더불어 그의 구속 안에 거하는 자들의 경건하고 겸손한 하나님 나라의 살롬의 추구이며, 이 은혜의 복음을 경건치 않는 세상에 날마다 증언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것이 타락한 인류문명의 종말을 긴장감으로 살아갔던 경건한 믿음의 조상들의 삶이었음을 히브리서 11장은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johndjc@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