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로 유명한 이지선 자매. 그녀는 십수 년전 불의의 화마를 입기 전까지 예쁘고 똑똑한 명문대생이었다. 맞은편에서 오는 음주운전차량으로 인해 오빠와 함께 탄 차에서 55%, 3도 중화상을 입고 죽기보다 어렵다는 화상치료수술과 재활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픔을 신앙 안에서 소화하면서 자기 자신의 ‘괴물’같은 외모를 놓고 자기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연예인인 이유를 열 가지나 댄다. “누구나 쳐다본다. 팬 카페가 있다. 안 고친 데가 없다...” 등등. 비록 외모는 망가졌고 허리도 똑바로 펼 수가 없어서 아직도 아래만 내려다보면서 걷고 있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하나님의 사람인가!
이 자매가 장애 어린이들을 섬기는 단체인 푸르메 재단의 홍보대사가 되어 자기가 마라톤을 뛰면 장애 어린이들에게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2012년에는 뉴욕 국제마라톤대회를 참석하기로 했단다.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사람이 42.195km를 뛸 수 있겠는가? 사실은 대회 전날 마라톤 코스를 미리 자동차로 돌아보면서 결코 뛸 수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래도 10km만 뛰기로 마음먹고 도전했다. 당일에 10km를 목표로 하고 뛰니까 놀랍게도 목표를 달성했다. 그 순간 5km는 더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km만 더 뛰자고 자신을 설득하고 뛰니까 15km 지점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20km도, 30km도 갈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그녀가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포기할라치면 함께 뛰던 다른 선수가 바나바 한 개를 쪼개 반쪽으로 나눠먹으면서 힘내라고 해서 또 일어날 수 있었고, ‘Korean’이라는 글씨를 붙이고 달렸는데 “코리안, 힘내라”고 외치면서 격려해주는 외국 선수 때문에 또 뛸 수 있었다. 그러다가 30km쯤 뛸 때에는 어떤 한인이 자신을 응원하는 포스터를 가져와서 “이지선 씨, 힘내요!”라고 외쳐서 또 그 격려에 힘입어 뛰었다. 결국 어디서 그만두어야 할지 몰라서 7시간여 만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녀는 그 다음 해에 서울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하는데 100명을 참여시키고 자신이 101번째 선수로 뛰어 6시간 만에 주파하였다. 그 대회에서는 함께 뛰니 좀 더 쉬웠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 엄청난 거리를 완주한 비결 세 가지를 간증하였다. 첫째는, 작은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풀코스를 다 뛰겠다고 덤벼들었으면 아마 포기했을 텐데 짧은 거리를 목표로 잡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포기하지 않으니까 목표점에 도달하더라. 중간 중간에 주저앉고 싶은 순간, 꼼짝달싹도 못하는 순간이 너무 많았지만 그저 포기하지 않고 뛰다가 걷다가 보니까 완주하게 되었다는 사실! 죽을 만큼 어려운 시간이 많았지만, 잠깐 쉬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했지만 결국은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니 풀코스를 다 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함께 뛰니 완주하기가 더 쉬웠다. 이것은 두 번째 마라톤 대회에서 얻은 교훈인데 101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격려하니 완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자매는 온 몸이 다 망가져서 40번 이상 화상치료를 받았지만 온전치 못한 몸이다. 또한 여려 보이는 외모에 마라톤을 두 번씩이나 완주하였다는 사실이 자못 놀라웠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포기하지 않으니까 도달하더라!” 오늘날은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아무리 옳고 좋은 것이라도 자기가 싫으면 끝이다. 사람들은 참을 줄을 모른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못 살던 시대에 비해 훨씬 잘 살게 된 지금 자살률이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이유는 참을 줄을 모르기 때문인 이유가 대부분이 아닐까. 결혼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이혼을 감행하는 이유가 또한 참을 줄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 대부분의 교회들에 싸움이 일어나고 교회를 걸핏하면 떠나는 이유가 인내하지 못하고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97세의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형석 교수는 60세에 뇌출혈로 쓰러져 20년 세월 동안 눈만 깜빡이는 상태에서 산 부인을 차에 태워 돌아다니며 세상을 보여주고 맛난 음식을 입에 떠 넣어 주었다고 한다. 그 부인이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집에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그가 딸에게 언제가 했다는 말이 그의 인생이 그렇게 늙도록 빛이 나는 비결이 아닐까.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저 인내 하나 배우러 오는 것 같다.” 김 교수의 말에 의하면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을 사는 이유는 인내 하나 배우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인내를 배워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danielkmin@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