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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의 나의 인품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최소율의 법칙(Law of Minimum)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최소양의 법칙, 혹은 최소양분율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독일의 화학자인 리비히(Justus von Liebig)에 의해 처음 주장되어서 ‘리비히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수량(數量)은 다른 영양소의 존재량과는 상관없이 제한요인(limiting factor)으로 작용하는 성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서 식물이 정상적인 생육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양분이 적당한 비율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들 양분 중 어떤 한 가지 성분이 부족하면 그 식물의 생육은 그 부족 성분량에 의해 지배되고 다른 다량으로 존재하는 양분이 제아무리 많아도 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식물의 성장 3대 요소는 질소와 인산과 칼리이다. 만약 어떤 식물이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다른 것이 아무리 많아도 그 하나의 부족한 부분까지만 자라고 더 이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두 가지가 넉넉하게 충족되어도 제한요인 그 이상은 성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교회의 어떤 형제는 믿음이 좋고 근면하고 성실하고 재능도 있고 봉사도 잘 한다고 하자. 또한 남에게 베풀기도 잘한다. 사실 이런 면들을 두루 갖춘 사람은 교회 안에서 그리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형제에게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바로 혈기다. 걸핏하면 화를 낸다. 시도 때도 없이 제 성질을 못 참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폭발한다. 그렇다면 바로 그 혈기 때문에 쌓은 공, 얻은 인심을 다 잃어버린다. 그 욱하는 성격 때문에 항상 베풀어 주면서도 마음을 얻지 못하고 섬겨 주면서도 무시를 당할 수 있다. 또한 그 성격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하기를 꺼린다. 어떤가? 최소율이 적용되지 않았는가? 이렇게 최소율의 법칙은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이 법칙에는 세 가지 불행한 법칙들이 내재되어 있다.

첫째는 낮은 한계의 법칙이다. 그릇이 아무리 좋은 그릇이라 해도 중간에 못에 의해 구멍이 뚫려버렸다면 그 못 구멍을 낸 곳까지만 물이 찬다. 그 구멍을 통해 물이 줄줄 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적으로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축복을 가득 차게 채워준다 해도 축복을 쏟아버리는 구멍이 있다면 그 이상의 축복을 누릴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다 좋은데 물질에 약하다. 그러면 그 인색한 마음 때문에 모든 축복이 새나가 버린다. 이성에 약한 사람, 명예욕에 무너져버리는 사람, 아무도 모르는 죄가 있는 사람 등등 그 모든 영적인 축복은 그 낮은 한계로 인해 새나가 버리고 만다. 둘째는 설익은 밥의 법칙이다. 김이 샌다는 말이 있다. 김이 새면 밥이 설익고 영 맛이 없어지고 먹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다 좋은데 말을 함부로 한다든가, 셈이 흐리다든가 하면 맛이 없는 교인이 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잃은 성도가 되고 만다. 이 법칙에 의하면 이 사람은 탁월해지기가 어렵다. 2%가 부족한 사람, 다 좋은데 디테일에는 약한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셋째는 묻혀버린 재능의 법칙이다. 다른 강점이 아무리 많아도 그 약점 하나 때문에 나머지가 다 묻힌다. 있어야 할 세 가지 요소 중에 단 하나만 없어도 식물이 성장 자체를 중단하는 것처럼 혈기 하나로, 거짓말 하나로, 교만한 태도 하나로 그 아까운 재능과 은사가 외면당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다방면으로 탁월하다. 그런데 성실한 태도가 부족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지만 다가갔던 사람들은 그의 불성실함에 실망하고 뒤돌아선다. 그래서 그 주변에는 지금 적막감이 감돈다.

사순절은 자기를 돌아보기에 좋은 절기이다. 이 절기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까지 걸으셨던 발자취를 생각하면서 우리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많은 유익이 있다. 항상 말씀과 기도에 힘써야 하지만 특히 사순절을 맞아서 다른 이들을 탓하기보다 우리 자신을 심각히 돌아보면서 더욱 영성과 인격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도록 노력한다면 영적인 많은 성장이 있을 것이다. 나도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내 삶의 그릇에 못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을 깨닫는다. 김이 새고 있는 것도 발견했다. 그래서 삶과 사역에 누수(漏水)가 여기저기에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께서 수없이 많이 뚫린 구멍들을 막아주셨기에 망정이지 정말 형편없는 내 자신에 안타까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사순절에 더 이상 위로만 쌓고 채우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낮은 곳의 나의 인품을 다져보고 기본적인 품격을 더 높이기를 다짐해 본다. 사순절을 의미하는 라틴어(Lent)는 봄을 의미한다. 봄에 나는 새싹처럼 부활의 감격을 사모하여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면서 자신을 성찰하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보게 된다. “주를 향하여 이 소망을 가진 자마다 그의 깨끗하심과 같이 자기를 깨끗하게 하느니라”(요일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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