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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신자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가끔 “진짜 사나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본다. 연예인들이 군대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함으로 군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노고를 귀히 여길 수 있도록 만든 내용이다. 때로는 여성 연예인들도 여군들의 모진 훈련을 경험하게 한다. 그야말로 지옥훈련이다. 화생방 훈련 같은 것은 남자인 나조차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던 ‘지옥’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였다. 곱게 자란 연예인들이 그 무지막지한 가스실에 들어가서는 혼쭐이 난다. 겁에 질린 상태에서 마스크의 마개가 제대로 조여질 리가 없다. 그래서 거의 예외 없이 독한 가스가 코에 스며들어 눈물, 콧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그 예쁜 얼굴이 다 망가지고 만다. “군대는 장난이 아니다!” 이런 악 소리 나는 훈련이 계속되면서 그들은 천천히 군인이 되어간다. 최근에는 남자 연예인들이 “귀신 잡는” 해병대에 입대하여 7m 위의 해상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았다. 카메라가 지켜보든 말든 겁먹은 기색이 역력하게 하얗게 질린다. 보는 나조차 간담이 서늘해지고 애간장이 탄다. 그런가 하면 지상으로부터 15m와 30m에서 낙하하는 훈련을 한다. 그 높은 곳에서 수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누구라도 오금이 저린다. 가느다란 밧줄 하나에 온 몸을 맡기고 걸어 내리게 한다. 시범을 보이는 조교가 당당하게 걸어내려 올수록 다리조차 펴질 못하는 극한 체험 앞에서 한없이 외소해지는 남자들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낀다. 카메라는 훈병들이 얼마나 덜덜 떨며 극한 체험에 고통스러워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면서 교관들이 주문처럼 외워대는 “해병대는 겁이 없다!”는 구호를 따라하게 한다. 그러면서 무섭냐고 묻는다. 무서우면 해병이 아니라고 압박하기까지 한다. 정 무서우면 해병대의 빨간 명찰을 떼라고 한다. 누구나 해병이 된다면 해병대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구호를 외치고 그렇게 강박을 주면 자기 자신에게 세뇌가 되는지 긴장된 근육들이 풀리나 보다. 아니, 풀리지 않더라도 밀어서 뛰어내리게 한다. 그렇게 서서히 적응하고 아주 천천히 해병대가 되어간다.

나는 그 방송을 볼 때마다 오늘날 신앙 훈련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신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신앙의 결기라고도 생각했다. “참된 신자는 겁이 없다!” 당연히 참된 신자는 겁이 없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투옥된 소식을 듣고 형제들이 더욱 분발한 사실을 이렇게 전한다. “형제 중 다수가 나의 매임으로 말미암아 주 안에서 신뢰함으로 겁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담대히 전하게 되었느니라”(빌1:14). 어릴 적 이기풍 목사의 일대기 영화 ‘순교보’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 이 목사는 사무엘 마펫 평양신학교 교장의 턱에 돌을 찍어서 흉터를 냈던 유명한 깡패였다. 그런 그가 죽을병에 걸려 예수님을 만나 신자가 되었고 결국 평양신학교 1회 졸업생이 된다. 그리고는 최초의 해외 선교사로 파송 받는다. 제주도로 가서 사역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제주도민들에게 자기가 저질렀던 그런 핍박과 환란을 고스란히 당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불굴의 의지로 교회들을 세우고 제주도의 복음화에 일등공신이 된다. 일제의 신사참배에 저항하다가 그들의 모진 고문에 희생되기까지 주님의 복음을 “겁 없이“ 전하는 일에 헌신한다. 그런 유의 선배 목회자들을 볼 때마다 저것이 신앙의 길이고 나 역시 그런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시대에는 핍박을 이기는 영적인 해병대 정신이 필요했다.

사탄은 교활하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더 이상 핍박의 약발이 먹히지 않으니까 유혹이라는 더 간교한 수단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무너뜨린다. 핍박을 이긴 기독교가 유혹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그런 의미에서 유혹은 핍박보다 한 수 위 사탄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핍박을 이긴 교계 지도자들이 물질과 명예와 이성의 3대 유혹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지금 같은 풍요의 시대, 기독교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참된 신자는 겁이 없다”는 식으로만은 이 시대를 이겨낼 수 없다. 이 말은 “참된 신자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는 구호로 바꾸어 외쳐야 하지 않을까. 전자의 정신이 필요할 때가 올 수도 있다. 십수명의 죄 없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죽인 1999년의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일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아마 그런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다른 학생들이 모두 살기 위해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하는 가운데 용감했던 소녀 캐시 버넬처럼 “하나님은 나와 함께 계신다. 너희도 하나님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외쳐야 할 것이다. 정말 그런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핍박을 이기는 정신력뿐만 아니라 유혹 앞에서 초연한 영적인 해병대 정신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진정한 신자라면 요셉처럼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 하며 3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아직도 삶 속에서 부닥치는 유혹들을 이겨내며 어려운 목회현장을 지켜내는 이들이 더 많아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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