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피우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공공연하게 기혼자들의 불륜을 조장해 온 캐나다의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 사이트의 정보가 해킹당해 배우자 몰래 은밀하게 바람을 피우려는 가입자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벌써 4명이 부끄러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이 사이트에 가입된 회원들의 숫자가 세계적으로 50여 나라의 약 3,700만 명이나 되는데, 그 중에 한국인 만도 대략 66만 여명이나 되며 미국인은 약 1,7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참으로 이 시대가 곧 말세의 표징인 음란의 세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이 사이트에 가입한 자들 가운데에 교회 지도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며,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자들의 종교 분포도에서도 절반 가까이가 기독교인들(47.8%)이라는 사실이다.
SNS에서 전통적인 성경적 가족의 가치를 수호하는 젊은 그리스도인 부부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샘과 니아 레이더(Sam and Nia Rader) 부부가 있다. 이들은 건강한 가족 동영상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동성애 결혼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완벽한 남녀 간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복된 가정의 모습을 모델을 그려가고 있다. 이들은 정기 구독자만 36만 명을 소유한 인기 크리스천 커플이다. 그런데 이렇듯 건전해보이던 남편 샘이 은밀하게 이 불륜사이트의 회원으로 드러난 후, 그는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받음’이란 동영상을 올려 자신의 잘못된 한순간을 회개하고 용서받았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에 가입한 자신의 이름이 공개된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미시시피주 펄링턴의 제1 남부침례교회 목회자이며, 뉴올리안스침례교신학교(New Orleans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교수였던 존 깁슨(John Gibson)은 지난 달 24일 집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해킹으로 폭로된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이 사실이 널리 알려져 직업을 잃을까 고심한 끝에 조용히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개혁성경대학(Reformation Bible College)의 수석 부총장인 R.C.Spraul Jr.는 이 웹사이트가 해킹되기 바로 직전에 이 사이트와 가입회원들의 부도덕성에 대해 아주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그는 그의 블로그에 “내 자녀들은 애슐리 메디슨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기를 바란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면서도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죄는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심판의 날에는 삭제(delete)라는 것이 없고 우리가 한 일을 숨길 방법이 없다. 아마도 남몰래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고 그 숫자가 3천700만 명쯤 될 것이다”고 올렸는데, 이로부터 한달 후 가입 회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려져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그는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내 죄를 회개했으며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강조하면서 “해킹이 난 것과 동시에 나의 죄도 드러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무전(無錢)유죄(有罪)요, 유전(有錢)무죄(無罪)”의 시대를 넘어 “유현(有絃)유죄(有罪)요, 무현(無絃)무죄(無罪)”의 시대가 도래된 것을 입증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렇듯 수많은 기독교인들의 은밀한 음란행위들에 대해, 영국의 크리스천투데이 편집인 마크 우즈는 너무 쉽게 ‘용서’와 ‘죄사함’을 말하는 기독교의 ‘값싼 은혜’ 풍토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유명 기독교인들이 잘못을 하면 이내 성명서를 발표하여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켜 얼마나 미안한지와 더불어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적혀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쉽게 구워낸 떡이 쉽게 상하기 마련이다.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Daniel M. Wegner)의 ‘사고억압이론’(Thought Suppression Theory)이 있다. 어떠한 생각이나 사고를 억누를수록 그 생각에 사로잡혀 오히려 의식화가 된다고 하는 것을 ‘하얀 곰 생각’ 실험을 통해 입증한다. 하얀 곰을 생각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룹이 더욱 하얀 곰에 집착하게 되더라는 실험결과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특정한 대안을 떠올리도록 생각을 우회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을 ‘초점전환(Focused Distraction)’이라고 부른다.
이제 우리는 음란한 사회 환경에서 벗어나 거룩한 하나님의 몸으로서의 초점 전환이 필요하다. 사도바울은 음란한 고린도 교인들을 향하여 “음행을 피하라 사람이 범하는 죄마다 몸 밖에 있거니와 음행하는 자는 자기 몸에게 죄를 범하느니라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6:18-20)고 권한다. 음행의 생각을 피하고 그리스도와 그의 영광으로의 초점을 속히 전환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은밀한 죄라 할지라도 하나님께 드러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일정기간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하나님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않으시기에 스스로 속이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우리 모두는 누구나 예외 없이 쉽게 깨어지는 질그릇들임(고후4:7)을 먼저 인식하자. 매 순간 순간 드러난 죄인과 드러나지 않은 죄인이 있을 뿐이다. 나 역시도 유약한 “죄인 중의 괴수”(딤전1:15)이기에,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고백하며 내 안의 은밀한 죄와 싸우되 피흘리기까지 싸우자. 내 힘이 아닌 오직 주의 은혜의 수단인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를 통해 임하시는 거룩하신 성령의 능력으로 내 안을 정결케 하자. 은밀한 미혹의 눈길을 피해 내 안에 보배되신 거룩하신 그리스도를 향하여 날마다 초점을 전환하자.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예수의 생명이 우리 몸에 나타날 것이리라(고후4: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