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지난 2010년 중반부터 나타난 ‘유럽발 경제위기’로 세계는 또 하나의 위기를 겪었는데 그 중심에 ‘신(神)들의 나라’라 불리는 그리스가 있다. 그리스는 2010년 하반기 IMF와 EU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최근 채무 불이행(default)의 위기를 맞아 국민투표를 통해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제안을 거절했으나 그 이후 유럽연합과의 극적인 타협으로 강력한 구조조정과 긴축안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때는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로 자부하던 그리스가 왜 이처럼 국가 부도의 위기를 맞고 있는가? 한 마디로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더불어 우선 눈앞에 당장의 이득에만 몰두한 복지 표퓰리즘(Welfare Populism)정책의 결과로 요약되고 있다. 그리스도는 과거 193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제1의 부자국가였다.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재건에 힘쓰고 있던 미국과 영국, 독일과 달리 무섭도록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내며 부호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1981년 취임한 사회당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Andeas Papandreou) 총리 정권에 이르러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내줄 것”을 공표하며, 전 계층을 위한 의료보험혜택을 확대하며,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을 대폭 올리고, 함부로 직원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당연히 국민들의 복지를 위한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며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여 점진적인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백성들이 당장 좋아하는 대로 모든 정책기조를 급진적으로 개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는 실력이 미진하여 대학진학에 실패한 자들을 위해 국비로 해외유학을 지원해주는 정책까지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러한 인기영합주의는 선거철만 되면 공짜공약을 남발하는 사태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그리스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마다 정치 상황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세계 정치 경제사의 전반적인 트렌드다.
그런데 이러한 표퓰리즘적 형태는 비단 한 국가의 정치, 경제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늘날 성경적 진리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사수하고 이에 근거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나가야 할 이 시대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도 인기영합주의가 스며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세속적 마케팅주의를 통한 교회성장주의, 기복주의, 적극적 사고방식을 통한 성공지상주의 등으로 복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고, 혹은 신비주의적 은사운동인 토론토블레싱, 빈야드, 최근에는 신사도운동, 역사적 예수 세미나(Historical Jesus Semina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나라 복음운동을 왜곡 혹은 세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비 성경적인 종교 현상의 이면에는 죄성이 가득한 인간 내면의 이기주의, 쾌락주의, 합리주의나 신비주의적 욕망에 부응하려는 종교적 표퓰리즘(Religious Populism)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 때 ‘열린 예배’ 혹은 ‘구도자 예배’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예배들이 시도되어 설교대신 찬양과 드라마가 주를 이루었다. 하나님을 경배하는 예배 앞에 인간적인 수사학적 용어들이 어줍잖은 것이요 하찮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열린’이란 말이 붙으면 뭔가 새롭고 창의적이고 신비적인 은혜가 임하는 것으로 성도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의 내면에는 인간욕망에 근거한 예배 표퓰리즘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일각에서는 주일예배의 대체방식으로 토요예배 등을 신학적 검증 없이 선호하고 있다. 주일(the Lord’s Day)이란 개념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일요일(Sunday)이라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성경 신학적인 예수 부활의 구속사적 연속성(Redemptive Continuation)을 영원토록 함의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포퓰리즘(populism)이란 단어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 즉 ‘인민’, ‘대중’, ‘민중’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이는 ‘대중의 뜻을 따르는 정치행태’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democracy)도 포퓰리즘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democracy)’의 유래가 되는 ‘데모스(demos)’ 역시 그리스어에서 ‘인민’을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에, 사회문화적 기능면에서 교회의 형태는 민주주의적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적 측면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식으로 그의 나라를 구현하는 곳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대중에 근거한 종교 표퓰리즘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의 실현을 통해 하나님을 경배하며 하나님의 그 나라를 목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타락한 인간의 세속적 욕망에 근거한 종교 표퓰리즘은 영적 독배나 다름없다. 오늘날 교회가 마셔야 할 잔은 세속적 표퓰리즘의 독배가 아니라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으로 거듭난 기쁨, 감사, 섬김의 축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