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휴가 180일, 5년마다 해외여행, 근무시간은 하루에 7시간, 정년 70세, 평균 연봉 6000만원, 1년 휴가 180일!” 샐러리맨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며 CEO들에게는 배움의 경영철학이 있는 이곳은 일본의 “미라이 공업”입니다. 누구나 이런 회사가 잘 돌아갈 리가 있느냐는 의문을 한번쯤은 품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장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회사보다 직원의 복지에 온 힘을 쏟는 이 회사는 일본 내 동종업계에서도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량기업입니다. 해마다 전 직원들의 이름이 쓰여진 제비를 모아 선풍기 바람에 날려 제비를 잡습니다. “이번에는 자네가 과장이야”, “어차피 똑같아. 아무나 맡겨도 잘해. 믿고 맡기면 성과는 자연스레 나오게 돼 있어.”, 사내 게시판에는 “모든 직원들은 이유, 내용 불문하고 제안서를 내면 상금을 받는다. 횟수, 내용 절대 상관없이!”라는 공고가 항상 붙어있습니다. 직원들이 제안한 내용에는 비용절감에 대한 내용부터 직원과 회사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략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직원들 책상마다 달려있는 스위치는 자리에 앉을 때만 불을 켤 수 있도록 하자! 복사기는 단 한 대만 놓자! 그렇다면 300명이 일하는데 직원들이 이를 불편하게 여길까요? 아닙니다. 그렇게 절약한 돈으로 직원들에게 5년에 한번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복사 순서를 기다리고 전기를 아껴 쓰게 되지 않을까요? “인간이야. 기계가 아니라 인간. 어떤 기업은 원가를 맞추기 위해 월급을 낮추고 직원들을 많이 부려먹지. 그럼 사원들이 신나서 열심히 일할까? 택도 없는 소리지. 회사가 힘들수록 사원을 기쁘게 해야 해. 그래야 발전하는 거야. 왜? 사원들은 인간이니까. 인간은 즐거울 때 더 열심히 하니까.” 미라이 공업 창업자인 야마다 아키오의 마인드입니다. 이렇게 ‘사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미라이 공업에는 해마다 100대1의 치열한 경쟁률이 말해주듯 직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힙니다(이상은 제 이메일로 좋은 이야기들이 오는데 정확한 출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중 하나입니다. 나누고 싶어서 옮깁니다).
만약 제가 직장인이었다면, 아마도 모든 직장인들이 “이런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 부럽다”는 마음을 가질겁니다. 이 회사의 근간은 무엇일까요? “믿음과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사주와 사원이, 사원과 사원이 서로 믿고, 신뢰하는 가운데 혁신적인 개혁과 효율성의 극대화가 이루어져 모두가 윈윈하는 게 아닐까요? 아마도 이들은 그 경험을 가정으로, 친구와 이웃들에게로, 세상으로 가져가 그대로 적용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이들의 작은 행진은 “함께 나누며 신뢰하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작은 시냇물들이 되어 강으로 합쳐지고 바다로 연결될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즐겨 불렀던 “작은 세상”이라는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넓고 깊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험한 길 가는 두려운 마음, 우리 걸으면 기쁨이 넘쳐,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넓고 깊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
오늘의 교회와 성도를 생각해봅니다. 100대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미라이 공업에 들어가고 싶듯이 예배드리러 가고 싶어 환장하는 교회! 교인총회가 되면 선교부장, 교육부장, 관리부장, 재무부장, 당회원, 기획위원 등등의 쪽지를 날려, 하고 싶은 사람들이 날라 다니는 쪽지 붙들어 봉사하는 교회! 하나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성서적 교회를 위한 제안서들이 교회 곳곳에 붙어 있는 교회! 이것을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창조적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자기개발과 혁신이 이루어지는 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서로 딴생각 품고 신경전을 펼치며 불편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밀어주는 정직한 교회! 주일학교 교실이 부족해도, 주차장이 없어 길가에서 주차 전쟁을 해도, 남의 교회를 빌려 쓰고 있어도, 교회 안에서 김치냄새 풍기면 안돼 허구헌날 베이글 먹어도, 전혀 불편하거나 창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우리 교회를 다닌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갖는 성도들! 오늘날 사회가 교회와 목회자와 성도들을 바라보며 걱정하고 근심하며 지탄하는 세태 속에서, 이런 행복한 교회와 성도들을 꿈꿔 봅니다.
이런 교회와 그 교회 때문에 즐거워 미쳐 신명난 성도들이 각각 가정으로 돌아가 친지와 친구들 그리고 이웃과 세상에 들어가 그 경험을 함께 나누는 “작고 작은 이 세상”을 노래한번 중얼중얼 불러보며 한여름 밤을 보냅니다. 객기일까? 아름다운 소망일까? 객기라고 치부해버려도 좋지만 적어도 이런 꿈을 잃지 않고 살고 싶은 자기 몸부림침이 각자의 인생과 신앙의 중심에 살아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꿈 꿔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세상에서 성서적 교회와 성서적 신앙의 회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