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그동안 염려한대로 지난 26일 미 연방대법원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온 미국 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가장 치욕스런 결정을 하였다. 1969년 뉴욕 그리니지의 한 조그마한 술집 스톤웰 인(Stonewall Inn)에서 동성애자들의 집단폭동으로 유발된 동성애 합법화 논쟁이 46년 만에 일단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동성애를 합법화한 21번째의 국가가 되었으며 이제 미국 내 그 어떤 주에서도 동성결혼을 막을 수 없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동안 주 법에 따라 금지되었던 300여만명의 동성 커플들은 물론 점점 대세가 되어가는 동성커플들의 요란한 결혼식들이 대대적으로 치러지는 것은 물론 성의 아름다움의 파괴, 사랑의 혼란, 가정의 파괴, 무질서한 사회의 모습들이 더욱 더 뚜렷하게 우리 눈에 펼쳐질 것이다. 문제는 동성애에 대한 단순한 종교적 신념, 혹은 신학적 교리를 넘어서 다양성과 인권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위장된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하에 있는 21세기의 보편적 문화현상이라는데 있다. 결국 이 시대는 다양성, 소수 인권 존중이라는 포장된 세속적 정치권력이 거룩한 하나님의 나라까지 점령하고 있는 상태에 있음을 심각하게 목격하고 있다.
원래 다양성과 조화는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 중의 하나였다. 진정한 다양성은 이 세상의 피조물들이 ‘각기 종류대로’(창1:11, 24-25) 하나님의 창조의 법칙에 따라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 하나님의 창조의 법칙에 순응하게 될 때에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다(창1:25).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도 다양성과 조화와 질서를 기반으로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사람과 여자를 창조하시되(창1:27), 남자에게서 여자를 나오게 하시고 돕는 베필이 되게 하심으로 질서있게 하셨으며(창2:18, 23), 남자와 여자를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어 조화롭게 하셨다(창2:21-24). 거기에는 어떤 부끄러움도 없었고 그러한 질서와 조화의 다양성 속에 생육하고 번성하여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거룩한 나라가 이 땅에 임하게 되는 놀라운 복이 되는 것이다(창1:28).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의 창조의 법칙이 존재하기 이전의 모습,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지 않은 이전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그것은 ‘혼돈과 공허, 흑암이 깊은’(창1:2) 상태였다. 오늘날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리는 세속화된 이 사회는 점점 창조의 아름다움을 상실하게 될 것이요, 나아가 혼란과 공허, 어두움의 세력이 더욱 깊어지며 마침내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밖에 남겨질 것이 없을 것이다(롬1:26-32).
동성애 합법화를 주장하는 또 다른 요인은 소수, 인권, 평등이라는 가치 개념들이다. 원래 이러한 가치들은 하나님께서 제일 강조하시는 공의의 핵심가치들이다. 여성의 인권이 전무한 구약시대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도 드보라를 사사로 세우셨고, 여리고성의 기생 라합을 구원하셨고, 모압 여인 롯을 통해 다윗 가문을 형성하는 구속사의 주요 인물이 되게 하셨다. 진정한 인권은 무엇인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아름다운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이다. 이것은 인간의 정욕대로 죄를 지으며 방탕과 방종으로 나아가는 길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진화된 국가가 방종과 방탕으로 나아가지 않는 인간다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장려하고 증진시켜 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주어져 있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세속적인 정치, 문화, 경제 권력으로 무장된 허리우드의 음란한 바벨론 앞에 무릎 꿇은 거대한 공룡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제 심각한 영적 전쟁 중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이러한 세속주의 앞에 우리는 너무 소극적이고 안일하게 대응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넉넉하고, 외형적으로는 박해와 핍박이 없기에 오히려 풍요와 안일, 물질의 미혹에 넘어 갔으며, 뜨겁지도 차지도 않고 부족한 것이 없다며 스스로를 부자라고 자부하다가 마침내 주님께서 토해 버리실 라오디게아교회(계3:14-22)로 변질되어버린 형국이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 로니 플로이드(Ronnie Floyd) 총회장은 얼마 전 교단 총회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정의하신 결혼에 대해 인간이 다시 정의할 수 없다”고 못박으며, “이제 남침례교는 동성애 문제 앞에 소심하고 애매모호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치열한 영적 전쟁을 시작할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빌리 그래함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Franklin Graham)도 “이제 미국이 예수가 존재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원하는 세속주의자들이 장악했다”고 하면서, “미국은 변했고 이제 우리도 대처해야만 한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앉아만 있었다.”고 개탄했다. 이제는 침묵하는 다수가 하나님의 공의를 대변하지 않는다. 말하는 소수가 되어야 한다. 비록 나에게 불이익이 오고, 불편함을 가져오고, 거북스러운 상황이 오더래도 진리와 복음의 나팔을 온유와 겸손한 마음으로 힘차게 불어야 한다. 애매한 나팔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할 뿐이다.
“너희가 만일 공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을 사하리라”(렘5:1)는 소망의 말씀을 가지고 이 시대에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천인, 남은 자가 되어 진정한 인권, 진정한 소수, 진정한 평등의 복음, 진리와 공의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나팔을 힘차게 올려 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