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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마음이 이어져야 가정이 산다!

민경엽 목사 (오렌지 카운티 나침반교회)

6.25동란은 한국에서 세계적인 구호단체들이 생기게 해주었다. 유명한 월드비전이 바로 그중의 한 단체이다. 월드비전은 지금 전 세계 103개 나라에서 약 5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돕는 단체로 성장하였다. 예수님을 위한 열정으로, 또한 기아와 질병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뜨거운 마음으로 밥 피어스 목사가 전쟁의 한복판에서 1952년에 창설하였다. 피어스 목사는 한 영혼을 구하는 사역을 위해서라면 세상 끝까지라도 달려갔다. 그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명 깊은 기도를 하곤 하였다. “하나님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들로 인해 내 마음도 울게 하소서!” “하나님을 위해 나를 불태우게 하소서!” 이러한 그에게 사람들은 무수한 찬사를 쏟아놓았다. “영혼을 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 “세상의 가난하고 작은 자들을 위해 자기 목숨조차 내어놓은 사람” “진정으로 동정심이 깊은 사람.”

그러나 그의 이런 모습이 가족들에게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다. 그의 아내 로레인 피어스가 “우리 가정은 남편이 돕는 가난한 아이들이 겪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빈곤을 체험해야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가 자신의 가족을 버리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아내와 자녀들은 버려둔 채 일만 쫓아다녔던 것이다. 한 예로, 딸이 자살 직전에 해외에 출장 중이던 아버지에게 전화하여 어서 집에 돌아와 달라고 사정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흐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 당시 그는 반드시 극동지역에 있지 않아도 되었고 그의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아버지에 의해 외면당한 딸은 자신의 아빠가 오지 않을 줄 알았다고 고백하였고 수 년 뒤에 결국 자살에 성공하고 말았다. 이런 사건이 있은 뒤에도 나머지 자녀들과 아내와의 관계도 시간이 갈수록 냉냉해졌고 그들은 서로 몇 년 동안 서로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64세 그가 세상을 떠날 즈음에는 가족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하였다. 위대한, 기적적인,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의 보호자로서의 엄청난 사역을 이룬 밥 피어스 목사는 사역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가족들의 마음과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그는 자신이 설립한 월드비전 이사회에서도 퇴출당하였고 백혈병으로 외롭게 죽었다).

성경에 유일하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던 다윗은 소위 신수성가(神手成家/God-made man)한 사람의 대명사이다. 가족조차 알아주지 않던 일개 목동이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이 되었으니 그는 자다가도 하나님의 은혜만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 찬송할 수 있었으리라.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고 고백했던 그의 삶은 하나님의 법궤를 예루살렘 성에 들여오는 자리에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그래서 그는 춤추고 뛰놀다가 속살이 보일 지경인데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다윗의 가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공식적인 아내만 8명을 둔 것도 그렇지만 그의 첫 번째 부인 미갈이 하나님의 법궤 앞에서 춤추고 뛰노는 다윗을 향해 가시 돋힌 비난을 퍼붓는 모습만 보더라도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실 다윗이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 앞에서 예배자로서 더 낮아진다 하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하나님께서도 그런 미갈이 죽는 날까지 그에게 자식이 없게 하심으로 다윗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셨던가. 그러나 영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특히 부부관계에서는 다윗 역시 실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갈은 신앙이 거의 없는, 자기중심적인 삶을 산 부모 밑에서 왕궁의 공주로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성경을 보면 미갈은 다윗의 신앙보다는 그의 탁월한 무용과 예술적 감각에 반하여 사랑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법궤가 들어올 때도 백성들과 환호하는 자리가 아니라 궁전에서 창으로 내려다보던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명목상의 신자, 무늬만 신자, 육신에 속한 신자였던 것이다. 사도 바울은 “믿지 아니하는 아내가 남편으로 거룩하게 되나니”(고전7:14)라고 하면서 먼저 신앙을 가진 남편을 통해 아내가 신앙을 갖게 되게 할 것을 권면하였다. 사도 베드로는 불신 남편을 말로가 아닌 순종하는 행실로 전도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보건대 믿음이 더 좋은 사람이 믿음이 약한 사람을 붙들어줌으로 더 믿음으로 이끄는 것이 신약성경에서 보여주는 부부생활의 원리다. 그러므로 신앙 깊은 남편 다윗이 믿음이 모자란 아내 미갈을 향해 처가의 문제점까지 들추면서까지 뼈아픈 상처를 찌르기보다 자기를 모질게 비난하는 다른 이들에게 그러했듯이 관대하게, 너그럽게 말했다면, 그래서 미갈의 미성숙한 마음에 다윗의 성숙한 마음이 이어졌다면 어떠했을까, 그렇게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을까, 가정의 달을 떠나보내면서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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