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곤 목사 (참사랑교회)
어머니날을 맞아 이색적인 현수막이 서울 동네에 걸렸습니다. 그 내용은 “꽃으로 퉁칠 생각 마라 -우리 엄마-”였습니다. 어머니날에 카네이션 한송이 달아주는 것만으로 퉁치고 지나가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자식들에게 주는 경계경보 발령입니다. 자녀들을 한방 먹이는 어머니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시는 것일까? 그 현수막 위에 “엄마의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더 헤아릴 수 없겠니?” 말씀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에 있는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어머니날을 맞아 열린 사랑의 엽서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당선된 글을 소개합니다.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은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 때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부를 준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나한테 밥 한번 사준 친구들과 선배들은 고마웠습니다 답례하고 싶어서 불러냅니다. 그러나 날 위해 밥 짓고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드라마속 배우들 가정사에 그들을 대신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지치고 힘든 어머니를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골방에 누워 아파하던 어머니 걱정은 제대로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친구와 애인에게는 사소한 잘못 하나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잘못은 셀 수도 없이 많아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기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 .
참 마음이 저려옵니다. “꽃으로 퉁칠 생각하지 마라 -우리 엄마-” 그 현수막 위에 담긴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하고 싶은 그 이야기가 느껴집니다.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마음은 아마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갖고서는 이 아이가 무사히 건강하게 잘 태어날 수 있도록 그 좋아하던 커피도 끊고, 아이에게 좋다면 우유도 하루에 여러 잔씩 마시고, 아이에게 무리가 갈까봐 걷는 것도 조심조심, 그렇게 노심초사한 후 해산의 고통을 겪고 아이들은 이 세상을 처음 만나게 됩니다. 엄마들은 세상에 태어난 내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자기 이름 한자 한자 써 가면 박수치고, 가게 가서 거스름돈만 잘 받아와도 아주 비상하고 특별한 아이인줄 알고 기뻐합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갖고 삑삑만 대도, 유명한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린의 대가가 될 것처럼 뿌듯하게 자랑스러운 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착각은 자유입니다. 착각이라도 즐거운데 어쩌란 말입니까? 이 세상에서 이 착각을 빼앗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자라나면서 그 착각이 현실을 만나 하나씩, 둘씩 깨어져 가지만, 그렇다고 그 즐거움과 사랑이 좀처럼 식어지지 않는 것이 어머니 마음입니다. 자식들이 커가면서 효도하든, 불효하든 관계없이 어머니들의 마음은 일편단심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자식은 변해도 어머니는 한결같습니다. .
1738년 남이탈리아 캄파니아에 있는 폼페이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폼페이가 화산 폭발로 매몰된 것은 AD70년의 일이었습니다. 발굴단은 발굴하여 나가다가 눈물겨운 화석 하나를 발견하고는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그것은 오른 팔에 아기를 껴안고 죽은 어머니와 아이의 화석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용암으로 덮여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을 때 그 어머니의 마지막 관심사는 오직 하나! “아이!” 바로 아이였음을 증명하여 주고 있는 화석이었습니다. 이 화석을 보고 어느 누군가가 그 밑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고”(고전13:8) 이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
어머니! 오직 당신의 관심은 바로 “나”인 것을, 어머니! 오직 당신의 즐거움은 바로 “나”인 것을, 어머니! 오직 당신의 사랑은 바로 “나”인 것을, 어머니! 오직 당신의 삶 전체가 바로 “나”인 것을.... 이제야 깨닫고 나이 들어 쪼그라든 어머니의 손을 붙잡아 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더 헤아리는 자녀들이 되기를, 어머니가 하나님나라로 이사 가신 분들은 어머니의 믿음의 유산들을 더 깊이 마음에 새기는 자녀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머니 살아계시면 계실 때 잘하세요! 옛시조에 “어버이 살았을 적 섬기기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 이뿐인가 하노라.”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녀가 부모님을 순종하고 공경합니다. 우리 모두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6:1-3). 언약과 약속의 말씀의 주인공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