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진 목사 (샌디에고 반석장로교회)
필자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지금 절수정책(節水政策)으로 피 말리는 전쟁 중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가뭄이 4년째 지속되고 있고, 1895년 이후 강우량도 최저 수준이다. 지난 4월 1일 제리 브라운(Jerry Brown)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심각한 가뭄에 따른 물 절약을 위해 지자체별로 2013년 보다 25% 이상 강제 감축하는 행정명령을 하달하였고, 가뭄에 따른 물 절약을 위해 식당 손님이 원하지 않으면 물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비가 내린 뒤 48시간 동안은 외부에 물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 주지사 행정명령으로 5월까지 지자체별 절수목표가 정해지고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시정부에 하루 1만 달러씩의 벌금을 매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물 절약에 대한 비상시국에 처한 국면이다. 그래서 그런지 비가 오는 기미만 보여도 기다린 손님이 오는 듯 반갑기 그지없다.
지질이나 토양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심각한 가뭄현상으로 인해 가파르게 사막지대로 변모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연중 강우량이 2,500mm 이상이 되면 열대 다우림을 형성하며 우거진 밀림을 만든다. 강우량이 600mm 정도로 떨어지면, 우거진 숲을 발견하기 어렵고 스텝(steppe)이라는 초원지대를 형성하게 되어 목축업에 유용한 지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250mm 이하로 떨어지면 이곳은 점점 사막지대로 변하여 가기 때문에 생물들의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이 치닫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속화되는 사막화 현상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 이다.
이러한 불모지와 같은 사막지대에서 적응하며 생존해가는 식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인장이다. 선인장의 생존전략은 그리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한번 비가 올 때에 최대한 물을 많이 확보하고 저장한 물도 가급적 소실되지 않도록 보호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물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뿌리를 그물처럼 가급적 널리 뻗어 수분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한다. 선인장의 잎처럼 생긴 푸른 몸체는 사실 줄기인데, 다육질이어서 물을 많이 저장하면서도 유실되지 않도록 공기 구멍수는 아주 적으며, 표면은 납질로 덮여 있어서 조금이라도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
가시는 잎이 변하여 된 것인데, 가시로 변한 이유는 야생 동물들의 먹이감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수분 증산을 막아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의 일환이다. 가시의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잎이 달린 자리가 있듯이 가시가 달린 자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가능한 한 주변의 복사열을 받아 식물체의 온도를 높아지게 하는 조절장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 온도 변화가 극심한 사막 기후와 역행하여 스스로 절망하여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사막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도록 자신을 적절하게 조절해 나가는 것이다. 봄날이 되면 가끔씩 들에 나가곤 한다. 특히 비온 뒤에는 사막과 같은 들판에도 어느새 온갖 퍼핏 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사막에서도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비밀스런 생존의 전략에 감탄을 하게 된다. 더불어 들풀 하나도 버리지 아니하시고 가꾸시고 입히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 현실이나 혹은 한국의 정치현실, 아니 심지어 교단의 문제들이나 교회 안팎의 문제들을 겪어가면서 때론 답답해하고, 때론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기도 하며,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다가 절망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현실을 부정하려는 은둔주의형의 목회와 설교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사막과 같은 이 세상에도 분명 하나님의 생존 전략이 존재함을 미물에 속한 것들을 통해서도 배워야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푸르고 청청한 복음적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 광야와 같은 현실 속에서도 믿음으로 청청하게 살아가는 자들, 이들을 사막형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막형 인간이 되는 길은 무엇인가? 먼저는 하나님이 오늘도 말씀과 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부어주시는 신령한 은혜를 풍성히 담아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 없이 살아남을 생물은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없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아래 있음을 시인하라. 우선은 일반적인 자연 은혜요, 다음은 특별하신 구속의 은혜이다. 비록 사막과 같은 상황일지라도, 이 은혜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복음으로 생존하게 된다. 마치 모세가 광야 사막 한복판에서 본 영광의 불꽃처럼, 그 영광의 불꽃이 비록 사막에 나뒹구는 하찮은 가시 떨기 위에 임하였지만 사라지지 않듯이 가시떨기 같은 연약한 내 인생의 존재 위에 임하신 하나님의 영광은 주님이 오실 때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저장된 물을 온갖 세포 그물망에 촘촘히 담아 보관하는 선인장처럼 우리 위에 임하시는 날마다의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의 지정의 모든 세포로 촘촘히 담아내는 거룩한 영적 여과 과정을 통해 사막화 되어가는 이 땅에서도 빛이 청청하여 오직 그리스도의 영광을 우리 온 몸으로 친히 반영해나가는 사막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물이 없는 사막이라고 탓하지 말고 사막에서도 푸르게 생존해가는 사막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