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파키스탄의 기독교인들 사이에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중동 등 이슬람권에서 기독교인들이 추출될 위기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페샤와르에서는 주일 예배를 끝내고 나오는 기독교인들을 노리고 교회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80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다쳤다. 이곳에서는 29일에도 차량폭탄이 터져 어린이 6명을 포함한 31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AP뉴스는 1일 “무슬림 청년들이 교회를 불태우고 기독교인들의 집을 공격한 사건이 남부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도 벌어졌다”며 “이슬라마바드에서는 기독교인들이 테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자 복면을 쓴 사람들이 몰려와 마구 때리고 달아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계 파키스탄 기독교인 협회의 윌슨 초드리 회장은 “페샤와르에서 자살폭탄으로 숨진 사람들의 장기가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까지 확산되면서 기독교인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기독교 협의회는 정부를 향해 안전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파키스탄 크리스천 포스트는 전했다. 미국 PBS는 “서구의 식민지배 경험 때문에 미국과 서구를 향한 분노가 이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자처한 탈레반은 미국의 제국주의를 규탄하기 위해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이용했다. 지난달 케냐 나이로비의 쇼핑몰에서 인질극을 벌인 이슬람 무장세력 알샤바브도 소말리아에서 서구세력을 몰아낸다는 구실로 기독교인들을 학살한 전력이 있다. 시리아와 이집트에서도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무장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이집트에서는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추종세력인 무슬림형제단 소속 청년들이 100여곳의 교회와 기독교인의 상점을 공격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종교자유센터 니나 쉐아 소장은 “2011년 이후 중동에서 정치적 자유가 확산된 이후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오래된 교회와 사원, 기독교 학교와 고아원은 물론이고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기업의 사무실까지 계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동에 남아 있던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공격은 지난 700년 내에 최대 규모”라고 분석했다. 영국 역사학자 톰 홀랜드는 “현재 중동에 확산되고 있는 증오와 공포는 유럽이 30년간 전쟁에 휩싸여 있던 당시를 연상케 한다”며 “기독교가 태어난 발생지에서 기독교인들이 축출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