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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에서 완생 으로

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얼마 전 친구 목사가 아프리카 선교지에 다녀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일행이 선교지에 도착했을 때 다른 선교 지역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들의 임무가 우물을 파주는 일이기에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최종승인을 얻기 위해 추장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마침내 추장의 등장에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예의를 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예의를 표한 후 고개를 들자 젊은 추장이 예복을 입고 서 있었는데 한 손에는 치리하는 지팡이 또 한손에는 놀랍게도 한국에서 생산한 S5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부족이 주거하는 지역이 비교적 지대가 높아 핸드폰으로 온 세계의 정보를 습득하는 현대 추장의 모습은 일행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고 합니다.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그 멀리 아프리카까지 고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대하고보니 감회가 새롭고 뿌듯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친구 목사를 보면서 마음속 깊이 솟아나는 기쁨과 자부심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몇 달 전 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LG사의 TV가 가는 곳곳에 설치되어있어 자부심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고국의 국민들이 힘써 노력한 덕분에 한국의 제품은 자타가 인정하는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시장”이란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어 아내와 함께 관람을 하였습니다. 6.25전쟁 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그 시절을 살아온 관람객들은 과거의 처참했던 생활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젊은이들도 과거의 생활을 그린 영상을 보며 아버지 세대의 겪었을 고난의 시절을 상상하며 숙연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값진 노력이 희생과 고난이 오늘의 부강한 내 조국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믿어집니다. 굳이 독일 탄광촌이 아니더라도 이곳 미주로 이민 온 많은 초기 이민자들도 농장에서 흘린 땀과 피 맺힌 고생이 고국 선진화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해외 곳곳에 퍼져있는 우리 민족이 서로 협력하여 자랑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낸 우리들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께 찬사를 올립니다. 그 시절에는 교회도 상향곡선을 이루며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마을 곳곳마다 작은 예배당 안에는 가마니가 깔려있었고 아이들과 청장년들로 가득하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부흥회기간에는 내 교회, 네 교회 가리지 않고 이웃마을 교회까지 원정을 다니며 밤늦게까지 말씀을 들어도 피곤함을 몰랐던 시절이었습니다. 작은 풍금에 맞춰 전혀 다른 곳도 거의 같은 곡조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뼉을 치며 힘차게 불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부흥하는 교회들은 저마다 예배당을 건축하고 학교와 고아원 등 봉사기관들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해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경제와 기독교의 성장은 같은 곡선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부지런히 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은 힘써 일함으로, 교육자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여 인재들을 배출했으며, 목회자들도 열정을 가지고 영혼 사랑하는 마음과 아골골짝 빈들이라도 가겠다는 각오로 목회함으로 어느 때보다 성령의 역사가 뜨거웠던 때였습니다. 각자의 맡은 분야에서 열심과 최선을 다하는 열정의 기운이 모국을 휘감아 힘찬 도약을 이루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열정과 감동 그리고 간절했던 열망도 식어져버린 작금의 모습은 우리들을 어둡게 합니다. 고학력과 첨단 문화 속에 발전한 선진대국의 반열로 들어섰지만 연일 터져 나오는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들을 대할 때마다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그리워하게 됩니다.

바둑은 잘 모르지만 ‘미생‘이란 드라마들 통해 ‘미생’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살아 남지 못한 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는 언젠가 살아날 수 있다는 다시 말해 ‘완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눈을 감고 곳곳마다 예배당을 가득 메운 많은 신도들에 외치는 기도의 소리, 찬양의 소리를 떠올려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정감어린 교회 성도들의 예배 모습을 그려봅니다. 지금은 볼품없이 작아져버린 ‘미생’과 같은 기독교이지만 2015년 새해에는 ‘완생’이 되는 역사가 나타나게 될 것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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