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금요 집회를 마친 후 저희 교회 처음 출석하신 분과 초면이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분은 도미하신지 33년 되신 분인데 반 세월을 이곳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시면 살아오셨다는 말씀과 함께 많은 경험을 이야기하시면서 한인사회를 염려하는 말씀을 비추셨습니다. 이민초기 이민자 사회의 성인들은 열심히 일하고,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여 근면 성실한 민족으로 타 인종에 칭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박한 상점들이 있었고 약간은 촌스러웠지만 그래도 정감 있는 분위기를 갖고 있던 천사의 도시였다고 합니다. 물가도 물론 저렴하여 50달러만 가져도 마켓 커트가 차고 넘칠 정도로 모든 것이 풍성했던 기억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90년도에 접어들면서 한국에 IMF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방법으로 미국에 이민 오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어졌다고 합니다. 타운 곳곳에 주점이 생겨나고 노래방과 게임방 같은 유흥업소들이 늘어나면서 퇴근 후 가정으로 돌아가던 성인들은 주점으로 발을 돌리게 되었고, 학생들은 이른 하굣길에 노래방으로, 게임방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작금의 한인사회를 걱정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과거 고국을 떠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마을 곳곳에 있는 술집과 유흥업소 퇴폐문화가 못마땅해서 인데 그 모습을 한인 타운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으로부터 들어온 퇴폐문화로 인해 한인 타운의 이미지가 손상된 것이라고 하시며 이제 더 이상 근면하고 성실한 한인사회가 아니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 주간 동안 열심히 각자의 직업에 충실하였고 토요일과 주일에는 교회에서 친구들과 이웃을 만나 교제하는 것이 전부였던 문화였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고 하시면서 이러다가 한인교회도 유럽화 되어지고 미국 교회처럼 교회가 퇴행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십니다. 예의바른 동방의 한인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문화, 문명의 발전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고유전통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수줍으면서도 야무진 여인들의 모습도 부지런한 남성들의 근면하게 일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는 한인사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2011년 호주의 한 80세 부호가 한인 여성상대로 구혼광고를 냈었습니다. 지원 여성들의 연령을 보면 40대가 40% 정도로 가장 많았고 20대는 10% 정도이며 30대가 30%, 50대가 20%이었다고 합니다. 불과 3일 만에 2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었다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 안타깝고 민망한 것은 상당수의 지원여성 중에 유부녀도 신부 후보로 신청하였다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물질 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한인여성의 모습은 지금도 씁쓸함이 더합니다.
한인들의 이민생활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는가 하면 우울증과 같은 심한 정신질환과 각종 정신장애로 시달림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큰 변화가 없는 한 한인사회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더욱 우리를 답답하게 합니다. 이에 정신적, 문화적으로 리더가 되어야 할 이민사회의 교회조차도 특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난 주간 고국방문을 통해 한국 교회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방문하는 교회마다 성도의 수가 줄고 무리한 성전건축으로 인해 적지 않은 교회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로 인해 사모들이 직장생활을 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가하면 목회자들도 생활고로 인하여 일하는 분들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경제부흥과 발전으로 인해 민생은 풍족해졌을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등지고 교회를 떠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신뢰와 존경을 잃어버린 작금의 한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생활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을 통감합니다. 이민 초기 교회에 부임하였을 때 어느 성도분이 아내에게 “사모님! 어느 교회가면 사모님이 김치도 담아주고, 아이들 학원에 픽업도 해주고 하는데요....”한술 더 떠서 “어느 교회 목사님은 성도들 어깨도 주물러 주는데요...”하더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저희 내외는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국에서 목회할 때는 한 번도 담아본 일이 없는 김치를 담아야하며 피곤에 지친 성도의 어깨를 주물러야하는 목회가 이민목회인가 생각하니 낙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섬김의 종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고쳤습니다. 지난 목회에 대한 반성을 하고 겸손히 섬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이민목회 16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다시 돌아봅니다. 그 때 품었던 겸손함과 섬김의 마음이 있는지 반성해봅니다. 또 다시 옛 습관에 젖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여 겸손을 회복하는 목회자가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