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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쟁

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온 세계를 흥분시켰던 월드컵 경기는 연장후반 8분을 남기고 독일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일찍 패배의 고배를 마신 우리 한국대표선수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홍역을 치루고 있습니다. 16강의 꿈은 사라졌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아우성치는 고국의 팬들에게 입국장에서부터 ‘엿’을 뒤집어쓰는 치욕적인 모멸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비단 한국대표선수들뿐 아니라 개최국인 브라질이 독일에게 1:7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골 차이로 완패하게 되자 광분한 민중들은 버스 20대를 방화하는가 하면 거리거리에 폭력의 양상으로 나타남은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브라질은 과거 1950년 승리를 장담했던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자 경기장에서 심장마비로 2명이 사망하고 다른 2명은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하니 그들의 축구에 대한 관점과 열정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경기에서 콜롬비아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었습니다. 1994년 월드컵은 콜롬비아의 승리를 점칠 만큼 강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예선 1차전에서 콜롬비아는 루마니아에 1-3으로 패배하게 됩니다. 미국과의 2차전에서는 안드레아스 에스코바르(콜롬비아 선수)의 자살골로 선취점을 내주며 1-2로 패배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예선탈락이 확정되자 온 국민들은 분노하였고 마약조직인 ‘메데인카르텔’은 “선수들이 귀국하는 대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하였습니다. 에스코바르는 홀로 조용히 귀국하게 되었는데 얼마 뒤 고향인 메데인시의 한 나이트클럽에 들렸다가 괴한에게 피살되게 됩니다.

축구전쟁(La guerra del fútbol)은 1969년 발생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간의 전쟁이며 이른바 “100시간 전쟁”이라고도 널리 알려져 있는 축구전쟁이야기입니다. 내용적으로는 물론 단순한 축구의 승패문제만은 아니며 양국 간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잠재된 갈등의 문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1970월드컵 북미예선전 중에 발발한 폭동과 맞물려 발생한 전쟁이었습니다. 축구의 뒷이야기는 콜롬비아나 브라질 같은 극단적인 면과 극단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있었던 아름다운 축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독일과 영국 양국 병사들은 약100미터 앞에 대치하며 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몇 달 안에 끝날 것이라고 믿었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양국 병사들은 치쳐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병사들의 죽음 가운데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대치중이던 양군 병사들은 서로 조촐하게 크리스마스를 각각 보내게 되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캐롤송을 부르다가 자연스럽게 함께 성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양국 병사들은 전사자들의 시신을 정리하고 수습된 터에서 축구팀을 급조하여 양국 간에 축구 경기를 하며 함께 잠시 전쟁의 시름을 잊었다고 전해집니다. 경기 결과는 3-2로 영국이 독일에게 패했고 밤이 되자 이들은 같이 캐롤송을 부르고 전쟁이 끝나기를 기도한 다음에 각자의 군영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일로 인해 양국 군사들은 군사재판을 받게 되었지만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우리에게 감동적인 사연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FIFA월드컵의 역사는 1928년 당시 FIFA회장이었던 쥘 리메가 국제적인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데서 시작됐다고 전합니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번째 FIFA월드컵이 개최되었을 때 초청받았던 팀은 단 13개국뿐이었다고 합니다. 현재로는 세계 200여 개국이 넘는 국가대표들이 출전하여 2년에 걸쳐 예선전을 치룬 후 본선에 출전하는 32개국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한국 성인남자라면 누구나 축구를 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별다른 놀이문화가 없던 시절 흙먼지 날리는 동네골목이나 학교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뛰어놀았던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청년 때는 군대에서 축구를 하며 청춘의 기운을 발산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월드컵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서로 이해와 협력을 추구하며 나아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금에 경기모습과 고국의 축구에 대한 반응을 보면 월드컵의 본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같습니다. 아무쪼록 월드컵경기가 서로를 이어주며 모든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순수한 경기가 되길 축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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