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기억조차 희미한 오래전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미국 동부에 극심한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이었습니다. 모든 교통편이 마비된 상황이었기에 기차도 천천히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승객 중에 아기를 가진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눈보라 속에 다른 기차역에 잘못 내릴까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기차가 역에 정차할 때마다 두리번거리며 성에가 낀 창문을 닦아가며 확인을 했습니다. 한 신사가 그 여인이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길을 잘 압니다. 내리실 곳이 오면 알려드리지요.” 기차는 예정된 코스대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이 내리려는 바로 전 정거장에서 멈춰 섰습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십시오. 부인”하고 신사가 친절히 말했습니다. 기차는 계속 달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기차가 멈췄습니다. 신사는 부인에게 “이제 내리실 차례입니다. 부인 어서 내리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아기를 안은 부인은 신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기차에게 내렸습니다.
기차가 다음 기차역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습니다. 다음 기차역에 다다르자 차장이 그 여인이 내리려고 했던 기차역이름을 말했습니다. “그럼 그 정거장은 지나지 않았습니까?”하고 신사가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선생님, 엔진에 고장이 생겨서 수리하는 동안 잠깐 섰었을 뿐입니다”하고 차장이 대답했습니다. “아뿔사! 기차를 수리하느라 역과 역 사이에 멈췄을 때 내가 그 여인을 폭풍 속에 내려주고 말았구나!” 신사는 한탄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후에 사람들에게 아기를 안고 숨져있는 부인이 발견되었습니다.
신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잘못된 인도로 어린 생명과 부인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바르게 인도했더라면 아이와 부인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자만으로 인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금 고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우리를 참담하게 합니다. ‘세월호’ 직원들이나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바르게 인도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앞섭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누구보다 행복해야할 고국의 가족들이 한숨과 고통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선물을 안고 기뻐해야할 어린이가 충격으로, 어버이날을 맞이하며 기쁨과 웃음이 가득해야할 고국의 어버이들의 가슴엔 눈물과 울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이 현실에 처한 그들에게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99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이었습니다. 시한부 종말론자인 이장림이 ‘다미선교회’란 집단을 만들고 휴거를 준비해야 한다며 재산을 팔아 가지고 공동생활을 하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992년 10월 28일에 세계가 종말이 온다고 주장하며 각지에 운둔지를 마련하고 집단생활을 하며 휴거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예수가 세상에 왔을 때 신도들이 하늘로 들림 받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종말론을 주장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건입니다.
그때 여수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는데 그 지역에서도 기성교회 깊숙이 침투하여 많은 성도들을 미혹하여 재산을 팔아 다미선교회에 모두 헌납하게 하고 집단생활을 하게 하였습니다. 그들은 여수 돌산 외각에 작은 집을 운둔지로 정하고 휴거 때까지 먹을 양식과 땔감을 사들였습니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학교에 등교를 하지 못하게 하고 집단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그들의 일상은 먹고, 자고,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1992년 10월 28일이 되어 여수 지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운둔지에 모여들었습니다. 경찰, 관내 공무원 등 공직에 있던 분들도 함께 밤을 지새웠습니다. 혹 그들의 주장대로 휴거가 되지 않을 경우 어떤 자해소동이 일어날지 모르는 바라 긴장의 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 이후 이런 말이 떠돌았습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물에 빠진다는데..... 장님이 장림을 인도했구먼....” 나의 가까운 지인도 그 당시 누님의 간청으로 집단에 들어가 모든 재산을 헌납하고 지금도 정신적, 경제적 고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작은 행동이 계속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사람의 인격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참된 인도자란 자만과 오만을 버리고 겸손하면서도 성실한 습관을 갖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허망한 욕심을 버리고 생명을 사랑하는 귀한 분들이 많아져 우울한 우리들에게 밝은 기쁨이 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