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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계획

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 계획을 설계해봅니다. 건강을 위해 노력하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도 있고, 보다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힘써 일할 것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해를 돌이켜 반성하면서 새해에는 실패 없는 성공을 기대해보기도 합니다.

이민초기 힘든 상황 속에서 고국으로 다시 귀환할 것을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교인들의 성향, 신앙생활 풍토, 신앙습관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상이했기에 실망으로 가득한 마음에 장로님들에게 귀환을 말씀드렸습니다. 짐을 꾸리고 있는데 지금은 하나님 품으로 가신 최 장로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장로님께서는 일찍이 일본유학을 하시고 고위공무원으로 오랜 동안 일을 하시고 도미하셔서 본 교회 장로님으로 제직하고 계셨습니다. 낙심하며 실망 중에 있는 저에게 일본유학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일본유학시절 장로님에게는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한 명의 친구는 공부를 밤낮없이 열심히 하는 친구였는데 가정이 가난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그 친구의 부모는 물장사를 하셨는데 옛날 서울 판자촌 일명 달동네에 물지게로 물을 배달하여 그것으로 아들 유학비용을 보내주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친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학업에 전념하였답니다. 또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가정은 부유해서 넉넉히 유학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며 그 유학자금으로 친구들과 방탕하게 즐기며 노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졸업 때가 되었습니다. 수석으로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고 대학원을 갈 수 있는 장학금과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생활할 수 있는 생활비 보조도 약속 받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대학원을 졸업하면 기업에서 그를 영입하기로 약조까지 받게 되었으니 가난한 집에 그 광영이 된 것입니다. 그래 그 친구는 하루 빨리 부모님께 돌아가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신 은혜를 갚고 싶어 했습니다. 기쁜 소식을 부모님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는 서둘러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부유한 집 친구는 졸업장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허구한 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보니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제나 저제나 돌아오길 기다리는 부모님께 차마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는 거리를 헤매다 결국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엄 목사님 이 이민목회는 가난한집 아들같이 뭐이 없는 게 많아” 고향이 평안도이신지라 사투리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거저 힘들지만 열심히 하면 나의 친구처럼 본인도 일어나고 집도 일으켜 세울 수 있지 않카읍네까? 이민목회 다 그렇거니 하고 힘내시라여 엄 목사님!”

장로님의 말씀이 이민목회를 계속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한국에서의 목회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성공적인 삶을 기억하며 사는 사람은 그 기억 때문에 현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은 성공적인 기억 때문에 현재 일을 그르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과거의 불행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 실패의 기억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남을 아프게 했던 기억, 손해 보게 했던 일들, 가슴 아팠던 일들을 모든 실패의 일들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 해를 주님과 함께하는 여러분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한 날은 여선교회 총무가 저에게 와서 웃으며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박 권사님이 저에게 ‘최선을 다하래이!’라고 하셨어요. 그렇죠? 최선을 다해야죠?” 경상도 분이신 박 권사님은 노인치매 증상이 있어 그런 말씀을 하실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기에 권사님의 말씀이 여 선교회 총무에게는 충격이었던 것 같이 보였습니다.

“최선을 다하래이!” 소중한 한 해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인생의 뒤로는 갈수 없습니다. 앞으로 향해 있는 이 길을 걸으며 행복한 한 해를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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