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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으로...

포 용

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미국의 사회복지 제도의 근간인 쇼셜시큐리티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30년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제도에 강력히 반대했을 뿐 아니라 프랭클린을 마르크스나 레닌과 같은 공산주의자로 비유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대항하는 루즈벨트는 자신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결코 복지정책은 없앨 수 없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우리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소셜시큐리티 제도인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또 하나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입법안 즉 ‘오바마케어’를 둘러싸고 정부가 패쇠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공화당의 초강경 보수파인 티파티 계열의 소장 하원의원들과 존 베너 하원의장이 오바마 케어 철퇴를 요구하며 내년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아 초래된 사태입니다. 온 국민이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특별한 협상카드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물러나거나 실패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타협이나 양보할 이유도 없고, 그럴 처지도 아닌 듯 보입니다. 여기서 밀리면 공화당 강경파에 계속 발목을 잡히는데다, 지지층도 돌아서기 때문입니다. 이 사태를 주도하는 티파티 계열 의원들도 물러설 처지가 아닙니다. 현재 그들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다음의 권력을 위해서라도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하게 대립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 아닐까 합니다. 공무원들이 강제로 무급 휴가를 가져야 했고 공원 공공 오피스를 닫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 겨우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던 서민들의 모습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는 17일까지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을 올려주지 않으면 국가부도사태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전문가의 말입니다. 혹시 국가부도가 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의 저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미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국가가 실패하지 않는 길을 제시합니다. 그들은 로마제국, 마야의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미국 등 세계의 역사를 낱낱이 훑은 결과 저자들이 내놓은 결론은 불평등의 역사적 기원은 첫째도 제도, 둘째도 제도, 셋째도 제도라고 말합니다. 또한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발전과 번영을 불러온다고 주장합니다.

17세기의 영국은 왕실의 힘이 스페인에 비해 연약하였습니다. 저자의 주장으로는 스페인은 식민지 착취를 통해 왕실의 힘을 극대화 하였고 그들이 깃발을 꽂은 남미에서는 착취적 경제제도가 뿌리를 내렸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포용적 제도가 발달하게 됨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따라서 남미와 북미는 같은 미주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 수준에 있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에 이민온 동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의료혜택입니다. 물론 65세가 넘어 메디케어 혜택을 받거나 전혀 일부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혹시 중병이 들면 어찌하나 걱정하며 살아갑니다. 본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의약품들도 이곳에서는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하기 때문에 더욱 병원 문턱은 높게만 느껴지는 현실입니다. 이런 국민들을 위해 ‘오바마 케어’는 굿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도권을 가진 의회가 깊은 ‘포용’을 갖고 어려운 서민을 끌어안고 더불어 살아가는 미주사회가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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