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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으로...

가정이 어디있습니까?

엄규서 목사 (월셔크리스천교회)

얼마 전 도미니카에서 오신 선교사님께서 저희 집에 몇 주 머무르셨습니다. 선교지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말씀하시면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가정이 어디 있는 줄 아십니까?” 대답을 망설이는 저에게 “아내가 있는 곳이 가정입니다”하시면서 말씀을 이었습니다.

“저는 미국에 와서 오랫동안 뉴욕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외국을 여행했을 때나, 타주를 방문했을 때 혹은 조국을 방문하고 돌아 왔을 때도 뉴욕에만 도착하면 내 집에 왔다는 따뜻함과 안도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에 뉴욕을 나의 집이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5년 전 도미니카로 선교를 떠난 후 어쩌다 뉴욕을 방문하면 예전에 느꼈던 따스함은 어디로 가고 빨리 도미니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금번에 LA에 오니 더욱 도미니카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곳에 아내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디가 되었든지 아내가 있는 그곳이 나의 가정이요 나의 집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선교지의 가정에 대해 말씀을 주셨습니다.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도미니카에는 사탕수수 농장이(밧데이) 있는데 그곳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하이티 부족들이랍니다. 그들은 노예처럼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농한기에는 아이들과 여자들만이 그곳에서 살고 있고 사탕농장에 수확 철이 돼서야 많은 인부들이 각처에서 온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부들이 바뀔 때마다 가족 사항에 변동이 생긴다고 합니다. 어떤 나이 많은 인부를 전도하려 하니 그의 말이 “내가 무슨 염치로 예수를 믿습니까? 저에게는 부인이 30명이 넘고 자식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데요...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요...” 하더라는 것입니다. 한 부인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각각 다르고 누가 친 생부인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라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곳에 어찌 가정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가정은 가장 작은 공동체이지만 이를 통해 부락이 형성되고 나아가 나라를 이루게 됩니다. 작은 가정들이 든든히 서있으면 나라는 저절로 발전함은 물론이고 개개인들의 삶도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나라는 잘되는 가정들을 통해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찍이 아는 지배자들은 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말살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가정을 없애는 일에 중점을 두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 정책은 “원주민들을 살려는 두지만 원주민적인 요소는 없애버린다”는 정책으로 그들의 언어를 말살하고 문화를 말살하고 인종을 말살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을 영어로는 “Soft Genocide” 라고 부르는데 이 뜻은 “부드러운 인종 박멸정책”입니다.

이 정책의 첫째는 주거지를 제한하여 강제 이주시키는 일을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들이 자식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마약과 술 중독, 자살 등으로 인구 성장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거주지학교(Residential School)를 만들어 그곳에서 아이들이 10년-15년간 부모를 모르고 지내게 하는 정책입니다. 5살 -15살 난 아이들을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거주지학교에서 그들의 문화를 가르치고 언어와 문화를 이렇게 말살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족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자랐기에 부모가 되더라도 부모의 구실을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셋째는 백인가정 입양(adaptation and Host Home)을 시켰습니다. 약 200만에 가까운 아이들이 양자로 입양됐습니다. 그중에는 적응이 힘들어 조직폭력배가 되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 미국의 노예생활을 하던 흑인들도 가정을 갖지 못하게 함으로 그들의 발전과 성장 그리고 변화를 억제했습니다. 그들이 가정을 이루면 힘이 생길 것이고 그 힘으로 백인들을 위협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 중에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가정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나누게 되고 부모를 통해 교육도 받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를 깨닫게 됩니다. 가정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입니다. 그 가정은 어떤 어렵고 불편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있고 자녀가 있다면 그곳 거기가 바로 나의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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