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트윅스터(Twixter)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이 단어는 사춘기와 성인기 사이에 있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betwixt), 즉 ‘낀 세대, 어중간한 세대’라는 미국의 신조어입니다. 일반적으로 트윅스터는 일정한 직장도 없이 떠돌다가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와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데, 이들에게는 부모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얹혀산다 하여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 부모의 연금을 갉아먹는다 하여 ‘키퍼스’(KIPPERS,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 기생충처럼 부모에게 붙어산다 하여 패러사이트(Parasite)라는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붙어 있습니다. 좀 심하죠?
그런데 저는 트윅스터라는 단어를 경제적인 개념 대신에 교회 콘텍스트(context)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과연 ‘낀 세대’가 있을까요? 제 자신이 1.5세대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제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1.5세대들입니다. 1.5세대는 2세 영어권 회중과 1세 한어 장년회중 사이의 ‘낀 세대’입니다. 이들에게는 ‘반쪽세대, 징검다리 세대, 갈팡질팡하는 세대, 정체성이 불확실한 세대’ 등의 수식어들이 따릅니다. 이민교회는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들과 필요에 의해 주일학교, 영어권 청소년, 영어권 예배에는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어느 쪽이든지 잘 적응할 것 같은 1.5세를 대상으로 한 사역은 별로 없었습니다. 1세들에게 버릇없고 무책임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세대’로 인식이 되어 교회 리더십에서 제외될 때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사역에 동원되는 자원으로만 인식되어야 합니까?’ 요즘도 그들은 어느 쪽으로 끼어 있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런데 교회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낀 세대’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은 젊은이들과 어린이들 사이에서 끼어서 ‘문제아’로 취급을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있고, 20-30세 기혼자들은 미혼 젊은이들과 기성세대 사이에서 담당 교역자도 없다는 불만이 있고, 40대는 연령상으로 20-30대 젊은 세대와 50-60대 기성세대 사이에 끼어서 봉사란 봉사를 다 하지만 장로와 권사 선출에는 나이 때문에 제외된다고 실망감이 있고, 50대는 가정과 교회에서 윗세대 어른들을 깍듯이 모시고 있지만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 아랫세대들에게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섭섭한 세대이고, 60대는 50대에게는 노인 취급을 당하고 70-80대에게는 ‘애 취급’을 당하면서 온갖 심부름을 다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서운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세대가 스스로를 ‘낀 세대’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스스로를 ‘낀 세대’라고 여기고 불평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는 대신에, 인생의 어떤 위치에 서 있던지 세대와 세대(generation to generation)를 연결하는 ‘잇는 세대’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전 세대의 유업을 믿음으로 받고 자신의 세대에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며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 그 바턴을 성공적으로 건네주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세대이든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해석하지 말고, 하나님의 시각과 다른 세대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는 것을 연습하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각 세대가 서로 존중하고, 각자의 해석으로 인해 벌어진 세대의 틈을 막고(stand in the gap, 겔22:30), 세대와 세대를 잇는 그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스스로를 하늘과 땅, 혹은 종교지도자들과 세리와 죄인들, 그리고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어쩔 수 없이 끼어 있는 ‘낀 세대’로 여기지 않으시고, 죄로 인해 벌어진 하늘과 땅의 틈을 막으시고 연결하는 ‘잇는 세대’로 사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도 하나님과 사람, 기신자와 비신자, 한국어권과 영어권, 부자와 가난한 자, 조국교회와 이민교회, 미국과 열방,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잇는 세대’, ‘축복을 유통하는 세대’가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