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용 목사 (유니온교회 담임)
우리 몸에는 부모님의 유산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가 누구를 닮았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를 보고선 ‘아빠를 닮았구나’ ‘엄마를 닮았구나’ ‘할아버지를 닮았구나’ ‘할머니를 닮았구나’ 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누구의 유산이 전해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얼굴이나 외모만 유산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성격이나 태도도 전해집니다.
유산에는 좋은 유산도 있고 나쁜 유산도 있습니다. 대대로 원수지간에 있는 두 가문이 증오심과 복수심을 후손에게 물려주었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유산이 아닙니다. 좋은 유산은 하나님이 인정해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좋은 유산은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유학시절 먼저 유학 온 목사님이 자주 찾아와서 외국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시고 적지 않은 도움도 주셨습니다. 그분이 하루는 “한국에서 선교 활동하다가 미국에 와 있는 미국인 선교님이 있는데 한번 만나 뵙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분이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한국 개신교 역사상 최초의 선교사인 언더우드 선교사의 손자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신학교 교수로 사역하다가 이제는 정년 은퇴하시고 캘리포니아에 와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귀한 분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찾아가 뵙자고 했습니다. 그분이 섬기는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수요일 저녁이었는데, 그분은 입구에서 예배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드리면서 만나 뵙고 싶었다고 했더니 예배 후에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예배 후 그분의 안내로 교회 인근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참으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3대에 걸쳐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사역하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렸습니다. 나오면서 우리가 식사비를 내려고 했더니, 유학생이 무슨 돈이 있느냐며 극구 만류하셨습니다. 은퇴하고 연금으로 생활하시는 선교사님께 저녁을 얻어먹은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언더우드 선교사님의 손자 분도 한국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는 사실에 큰 감동과 도전을 받은 저녁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녀들에게 유산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왕 유산을 남기려면 하나님도 인정하시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유익을 주는, 위대한 신앙 위대한 정신을 유산으로 물러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