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용 목사 (유니온교회 담임)
고층 빌딩 사이에 연결된 동아줄 위로 걸어가는 곡예사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진땀이 납니다. 저러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높이 걸려있는 외줄에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곡예사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외줄 타기는 엄청난 훈련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체력도 좋아야 됩니다. 하지만 곡예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균형 감각입니다. 균형 감각이 없으면 줄을 탈 수 없습니다. 훈련이나 체력이나 기술도 균형 감각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곡예사가 혼자 걷기도 힘든 상황에서 긴 장대를 가지고 줄을 탑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별 필요도 없는 것을 왜 들고 가나’ 할지 모르나, 그것도 균형을 잡기 위한 것입니다. 무겁고 긴 장대가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균형을 잃으면 무너집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솔로몬 왕과 스바(Sheba) 여왕 사이에서 유래하는 왕조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에티오피아의 스바 여왕이 솔로몬 왕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많은 선물을 가지고 그를 방문한 이야기가 나옵니다(왕상10:1-13). 성경에는 없지만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스바 여왕이 솔로몬을 방문했을 때 솔로몬의 아기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황제가 되어, 이후로 왕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셀라씨에(Haile Selassie 1892-1975)는 자신이 솔로몬-스바 왕조의 후예라고 주장하면서 1930년에 에티오피아 황제가 되었습니다. 경제개혁과 사회개혁을 하고 노예제도를 법으로 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삶에 균형을 잡아주지 못했습니다. 그의 궁전에 있는 개는 풍요를 누리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백성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군부에 의해 축출 당했습니다.
균형을 잃은 사회는 쓰러지게 됩니다. 혁명은 균형 잃은 사회에서 일어납니다. 균형 잡힌 사회에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쪽이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다른 쪽이 전혀 가진 것이 없으면 균형은 깨어집니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서로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나누는 것은 단순한 자선행위가 아니라 서로 공존하는 길입니다. 재물 뿐 아니라 지식이나 재능이나 경험이나 무엇이든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복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게 됩니다. 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는 자는 많이 거두게 됩니다.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복을 받게 됩니다. 우리 모두 나누어주는 것으로 유명해지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