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세월호 침몰 사고에는 자기 목숨을 버려서 다른 사람들을 구한 숨은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 친구들 다 구해주고 나중에 갈게’하며 학생들을 구조하다 숨진 여승무원 고 박지영 씨,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마지막 통화를 하고 침몰하는 배에 끝까지 남아서 승객들을 구출하다가 숨진 고 양대홍 사무장,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숨진 고 남윤철 교사와 고 최혜정 교사, 친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준 고 정차웅 군, 생업을 접고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민간 다이버들,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자원 봉사자들... 이들은 모두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한 영웅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를 분노케 한 것은
이들과는 정반대로 다른 사람의 목숨은 전혀 안중에 없었던, ‘나’만 생각한 나쁜 사람들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박노해 시인은 ‘나쁜 사람’을 ‘나 뿐인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남을 생각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오직 나만 생각하는 사람, 남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주는 사람, 오직 자기에게만 관심을 갖고 사는 이기적인 ‘나 뿐인 사람’, 이 사람이 바로 ‘나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나 뿐인 사람’이 만든 인재(人災)였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수많은 승객들을 버리고 자신들만 살겠다고 배를 버린 선장, 항해사, 조타수, 그리고 그 외의 승무원들, 수지타산을 위해 배의 설계를 변경함으로 복원력을 상실하게 만든 사람들, 여객선 운항 규정을 무시한 승무원들, 돈에 눈이 멀어 규정보다 화물을 더 실은 항만 사람들, 세월호의 잦은 고장과 이상 징후에 대한 보고를 무시한 청해진해운의 실무자들, 직원들의 안전교육비로 1년에 고작 54만원을 쓴 청해진 해운의 실질적 소유주, 침몰 직후 거짓 문자와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들, 유가족들을 사칭하여 성금을 거두거나 구호품을 훔친 사람들,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생존자를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해경, 서로 봐주면서 이익만을 챙기는 비리와 부실의 뿌리인 관피아(관료+마피아)들, 오보와 자극적인 보도로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 언론인들, 그리고 자신의 인지도들 높이기 위해 황당무계한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 이들 모두 ‘나 뿐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더욱 제 마음을 슬프게 한 것은 저 자신도 같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도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도 그들처럼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맘몬주의에 빠진 현대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 목회 세습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맘인데’하며 큰소리치는 목회자들, 교회 직분을 남발하고, 불투명한 재정 집행, 권위주의와 형식주의, 그리고 무분별한 성장 지상주의에 빠진 교회들, 지역 교회들에 무관심한 대형교회들, 신앙과 삶이 불일치하고 기복적인 신앙에 빠져있는 성도들, 재정 비리의 선교사들, 자격 미달의 신학교에서 자격 미달 목회자를 배출하는 무책임한 교수들, 그리고 이웃을 돌보지 못하고 ‘세 모녀 자살’을 방치한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바로 ‘나 뿐인 사람’들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세월호가 갑자기 그리고 순식간에 침몰하듯 ‘나 뿐인 사람’, ‘나 뿐인 교회’, ‘나 뿐인 나라’가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침몰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고를 통하여 나만 생각하는 ‘나 뿐인 사람’에서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부인하는 사람’으로 세월을 아끼며 살라고 주님이 제게 주시는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