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용 목사 (유니온교회 담임)
“저는 어릴 적 이 땅을 비참한 심정으로 떠난 입양인입니다. 역경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꿈을 간직하고 살았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꿈을 가지고 사시기 바랍니다.”
미국 워싱턴 주 상원의원인 신호범 의원(미국명 폴 신)의 말입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서러움과 그래서 죽도록 공부한 사연, 입양인으로서 낯선 땅에서 겪은 고난 등 그의 인생 역경을 듣는 사람들은 눈시울을 적시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이 고향이었던 그는 네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행방불명되자 거지생활을 전전했습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15세 때 서울 영등포 미군부대의 하우스보이 생활을 시작한 그가 군의관 레이 폴 박사를 만난 것은 생의 전환점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폴 박사는 배움에 목마른 성실한 그에게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3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18세 한국 소년 신호범은 그 후 하루 3시간만 잠을 자며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양부모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접시닦이와 배달원, 공사판 노동을 하며 브리검영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워싱턴대학에서 동아시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69년부터 대학교수로 일하다 92년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워싱턴 주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98년 11월에는 상원의원에 당선됐습니다. “나는 한국전쟁 고아 출신의 입양인으로 이제 미국에서 은혜를 받은 만큼 봉사하고 싶습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선거기간 중 하루 11시간씩 강행군을 하며 지역구내 2만7000가구를 모두 방문한 끝에 백인이 93%에 달하는 지역에서 승리했습니다. 당선된 후 그는 워싱턴 주의 학교에서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배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입양인인 만큼 미국내 입양인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계 아들과 딸을 입양시켰고, KIDS(Korean Identity Development Society)를 설립해 입양인이 한글과 태권도 등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는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을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다”며 입양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어려움이 닥쳐오면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무조건 도피하려 합니다. 어떤 사람은 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려 합니다. 어떤 사람은 혼자서 끙끙거리며 걱정만 합니다. 소수의 사람은 담대하게 역경을 헤쳐 나가려 합니다. 신호범 의원은 마지막에 해당되는 사람입니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만나면 피하고 싶은 본능이 누구에게나 있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없습니다. 마음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면 길이 보입니다. 담대하십시오. 언제나 가능성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