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농부의 결단

문병용 목사 (유니온교회 담임)

자녀를 키우다보면 깜짝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자녀들이 부모의 말투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자녀들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도 싫어하는 부분을 닮은 것을 보면 놀라운 정도가 아니라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의도적으로 가르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습을 자녀들이 닮아버린 것입니다.

시골 농부가 있었습니다. 겨울에 농한기가 되면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웃동네 친구들과 화투를 치며 지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아침, 친구들과 노름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눈 덮인 들판을 가로질러 이웃동네로 향했습니다. 한참 가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대여섯 살 된 자기 아들이 눈 위에 찍힌 자기 발자국을 밟으며 깡충깡충 뛰면서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 농부 머리에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저 녀석이 내 발자국을 따라오고 있는데, 나는 지금 노름판에 가고 있다. 저 녀석이 발자국을 따르듯 나를 그대로 따라오면 노름꾼 밖에 무엇이 되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이렇게 살지 말자. 아들 녀석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살지 말자.”

그리고 그 길로 동네에 있는 교회를 찾아가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내 아들 녀석을 위해서라도 올바르게 살고 싶습니다. 올바르게 사는 길을 알려주십시오” 그는 목사님께 정중하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날부터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공부하면서 그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시골 교회 장로가 되어 교회를 잘 섬겼고, 자녀들도 훌륭한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결단과 노력으로 자녀와 가정이 변화된 것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말씀을 듣고 변화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고 훈계하는 말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부모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녀는 다른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자녀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지름길은 삶으로 본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말하는 대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갑니다. 새해에는 말없이 실천하십시오. 성경 읽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가정예배를 드리십시오. 이웃을 도우십시오. 조용히 섬기십시오. 머지않아 자녀의 인격과 삶 속에서 여러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