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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선생님

문병용 목사 (유니온교회 담임)

전북 완주군 화산면에 세인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참된 교육에 뜻있는 사람들이 폐교된 초등학교를 인수해 1999년 3월에 개교한 학교입니다. 이 학교 입학자격은 학교 성적이 중하위권이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이어야 합니다. 교장 선생님은 전북의 한 대학에서 제시한 학장자리도 마다하고 월급 50만원의 대안학교로 오신 분입니다. 대학 학장보다는,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은 청소년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교장 부임 당시 학생들은 머리에 총천연색 물을 드리고, 귀고리 코고리 눈고리까지 하고 다녔습니다.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많아 학교 내에 흡연실까지 설치해 놓았습니다.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말겠다고 앙심을 품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학생 3명이 자기들을 지도하던 교무주임 선생님께 앙심을 품고 밤중에 목검을 들고 습격하려 했습니다. 사전에 발각된 이들은 교장실로 불러갔습니다. 모두 목검 앞에 무릎을 꿇게 했습니다. 두 학생은 자기들의 행동을 반성하며 무릎을 꿇었지만, 한 학생은 “세상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퇴학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맞섰습니다. 그때 교장선생님 마음에는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그 학생 앞에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오늘을 기억하라”고 호소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그 학생은 교장선생님을 찾아와 눈물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몰라보게 변화되었습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교장을 비롯하여 교사들이 모두 1주일에 4일은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교장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과자를 들고 오는 녀석도 있습니다. 학생들과 교장이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 때문에 2002년 첫 졸업생 36명중 33명이 대학에 진학했으며 1명은 취업했고 2명은 재수했습니다. 이 같은 높은 진학률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입학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인고는 성적이 중하위권 이하이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만 입학시킨다는 원칙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영국 심리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거절을 당한 학생은 IQ가 25%나 떨어지고 분석능력도 30% 감소했으며, 공격성은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바람직한 교육은 건전하고 따뜻한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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