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C. S. 루이스는 ‘기독교의 독특성은 은혜’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종교는 자신의 행위로 받는 구원을 가르치고 있지만 유독 기독교만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믿는 것만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받는 구원을 가르칩니다. 기독교의 구원에는 믿음 플러스(+) 알파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은혜로 예수님의 교회에서 직분을 받으며, 은혜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성경의 인물 중에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은혜를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은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과거에 예수님을 믿는 자들을 열심히 핍박했던 바울은 그런 자신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2:8-9). 그는 사도라는 직분도 하나님의 은혜로 받았으며(딤전1:12-14)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삶 전체가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15:10). 예수님을 만나 새 생명을 얻은 순간부터 예수님을 위해 순교한 순간까지 그의 삶은 하나님의 은혜로 넘쳤습니다.
오래전에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었습니다. 장 교수는 생후 1년이 되었을 때 소아마비를 앓았지만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영문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뉴욕주립대학에서 피눈물 나는 고생 끝에 2년 만에 박사학위 논문을 끝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컴퓨터가 대중화되지 않아서 그녀는 타이프라이터(typewriter)를 사용하여 논문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여행 때문에 자동차 트렁크 안에 넣어둔 논문의 최종본(Final draft)이 같이 두었던 다른 물건들과 함께 몽땅 도난당하였습니다. 지난 6년의 유학생활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너무 괴로워서 사흘간 식음을 전폐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꼬박 1년 동안 새로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논문 헌사에 “내게 생명을 주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께 이 논문을 바칩니다. 그리고 내 논문원고를 훔쳐가서 내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도둑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신앙심이 깊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하나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사람을 자꾸 넘어뜨리십니다.”
우리들도 주어진 여건과 환경 때문에 항상 감사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나만 자꾸 넘어뜨리시는 것 같은지, 왜 내게만 어려운 일이 생기는 지, 왜 나에게는 평생 육체의 가시가 있는지...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그녀의 책 제목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하나님의 기적이고 앞으로 살아갈 삶도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고백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습니다.
11월은 감사의 달입니다. 감사하실 수 있나요? 감사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믿음의 표시이고 신앙의 성숙의 열매입니다. 감사는 다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과 섭리에 순종하며 믿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또한 감사는 훗날에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는 믿음입니다.
감사의 달을 맞이하면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를 묵상해보세요. 하나님을 기억하며 기도해 보세요. 하나님께서 한 해 동안 내 삶 속에 베푸신 은혜를 글로 적어보세요. 그 놀라운 은혜를 찬양해 보세요. 우리의 가슴에 감사가 점점 벅차오를 것입니다. 감사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 복 받은 삶이되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