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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서신

저는 지금도 막내입니다

노창수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

댈러스신학교를 다닐 때 만난 귀한 두 분이 계십니다. 한 분은 컴퓨터 계통의 일을 하시던 안수집사님이셨는데 30대 말의 늦은 나이에 소명을 받으시고 신학교에 오셨고, 또 한 분은 캐나다에서 오신 앤드류 씨였습니다. 두 분과 신학교에서 같은 시기에 있었기 때문에 가깝게 교제하였습니다. 제가 안수집사님에게는 신학교 1년 선배가 되고 앤드류 씨에게는 신학교 1년 후배였지만 나이로는 안수집사님은 저보다 나이가 15살 정도 많으시고 앤드류 씨는 5살 정도 많았습니다. 저는 저희 집안에서도 삼형제중 막내인데 신학교에서도 우리 세 사람 중 막내였습니다.

올해로 우리 셋이 신학교를 졸업한 지 25년이 넘었습니다. 안수집사님은 신학교를 졸업하시고 대표적인 이민교회에서 부목사 생활을 하시다가 불신자들을 전도하여 7명의 입교 교인과 함께 교회를 개척하셨습니다. 그는 한 영혼을 위해 전심으로 기도하고, 목양하고, 말씀으로 양육하는 목회를 20년 동안 신실하게 하시다가 새로운 젊은 담임목사에게 중형 사이즈로 건강하게 성장한 교회를 넘겨주시고 깨끗한 은퇴를 하셨습니다. 그는 교회에 조금이라도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기도로 은퇴 준비하던 중 후임목사가 소신껏 목회하도록 자리를 내주시기 위해 은퇴하기 1년 전에 안식년으로 미리 교회를 떠났습니다. 안식년에서 돌아온 그가 담임목사 은퇴와 위임예배를 드리며 후임목사에게 하신 마지막 부탁은 성도들을 사랑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섬겼던 성도들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매정할 정도로 끊고 선교지로 떠나셨습니다.

지금은 사모님과 함께 C국에서 현지 젊은이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계십니다. 이 목사님 부부는 저희 부부에게 인생의 멘토이시고 기도의 후원자시며 목회의 본을 보여주신 믿음의 선배입니다.

앤드류 씨는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 캐나다로 돌아가 인디안 선교를 하시다가 C국에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C국의 명문대학에서 우수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같은 대학에서 겸임교수(adjunct professor)로 현지 학생들을 지도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부부가 다시 성령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길거리에 내버려진 신체장애아들과 정신장애아들 십여 명을 입양하여 돌보고 계십니다. 사람들은 고아원을 운영하면 지원받기도 쉽고 도움받기도 쉬울 텐데 왜 입양까지 하여 이 많은 장애아들을 직접 키우느라 고생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선교사님부부는 간단하게 대답을 합니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아원이 아니라 부모지요. 우리는 이들에게 아빠 엄마가 되고자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Faith Mission(선교사역을 하는데 재정적인 후원을 받지 않고 성령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선교)을 하고 있습니다. 앤드류 선교사님은 한국의 모 신학교에서 교수청빙을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은 이제 목사나 선교사도 아니고 그냥 이 아이들의 부모로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선교열매를 많이 맺은 것도 아니고, 선교비 모금의 귀재도 아니며, 선교대회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유명한 선교사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25년 동안 C국에서 사역을 하였지만 누구에게 보일만한 열매가 없다’고 말하는 이 선교사부부를 존경합니다. 이들은 제게 만큼은 가장 유명한 선교사요 신실한 형제이고 믿음의 선배입니다.

저는 압니다. 이 두 분은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포장으로 자신들의 야망을 포장하지 않았고, 또한 성공한 목회자나 선교사가 되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보다 위대하신 예수님을 드러내기 위해 오랜 세월동안 신실하게 수고의 땀을 흘렸습니다. 이 분들은 제게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삶과 사역이 어떤 것인지 말보다 삶으로 모델이 되어주신 귀한 신앙의 선배들입니다.

25년이란 세월이 참 빨리 흘러갔습니다. 한 분은 목회자로, 한 분은 선교사로 저에게 무엇이 예수님을 따르는 길인지, 어떤 마음으로 목양을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사역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아름답게 사역을 마무리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는 이 두 분을 생각할 때마다 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분들의 막내가 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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