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목회서신

초월적 사랑

문병용 목사 (유니온교회 담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가면 기독교 성지 두 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천주교 성지인 절두산 순교성지와 개신교 성지인 외국인 선교사 묘지가 바로 그곳입니다. 두 곳은 도보로 약 5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전도사 시절 초등부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찾아갔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그 곳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분이 꼭 찾아보고 싶다고 해서 얼마 전에 안내를 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약 15년 만에 방문해보니 주변 경관이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집들도 많이 들어섰고, 전철노선도 새로 생겨서 옛날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먼저 절두산 순교성지를 살펴본 후, 외국인 선교사 묘지로 향했습니다. 묘지는 1893년 10월 24일에 개설된 이후, 현재 500여 기의 묘지가 있습니다. 최초로 매장된 선교사는 영국인 선교사 존 헤론(John W. Heron, 1856-1890)입니다. 헤론은 1885년 한국에 의료선교사로 와서 1890년 7월 여름에 순직했습니다. 한국의 복음화를 위하여 의료 선교에 헌신했는데, 그만 이질에 걸려 고생하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어려운 선교사역을 감당하다가 이방 땅에 뼈를 묻었습니다. 헤론은 자신의 조국보다도 한국을 더 사랑했으며, 자신의 가족보다도 한국 사람들을 더 사랑했습니다.

헤론의 비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The son of God loved me and gave himself for me”(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자신을 주셨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고 난 후, 자신도 그 거룩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한국 땅에 와서 목숨을 바치기까지 하였던 것입니다.

H. B. 헐버트의 비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기보다 한국에 묻히기를 원하노라.”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왕족이나 귀족 혹은 나라를 위해 위대한 일을 한 영웅들이 묻히는 곳입니다. 당연히 누구나 묻히기를 소망하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헐버트는 그곳보다 한국에 묻히기를 더 원했다는 것입니다. 루비 켄드릭(Ruby Kendric)의 비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If I had a thousand lives to give, Korea should have them all”(나에게 천의 생명이 주어진다 해도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리라). 이런 분들의 희생적인 사랑과 헌신으로 복음이 한국 땅에 전해졌고, 오늘의 한국교회가 있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민족에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 가족이나 자기 민족보다 우리를 더 사랑하여 자신들의 삶을 희생한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 여겨집니다.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