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용 목사 (유니온교회 담임)
한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선천성 시각장애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습니다. 고아원에 맡겨진 그 아이는 4세 때 장애인만 골라서 입양해 온 미국인 음악교사인 리처드 베틀스 부부에게 입양되어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2001년 5월 21세의 나이로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졸업과 함께 로즈 장학생에게 주어지는 유학 기회를 얻어 3년 간 영국의 옥스퍼드대로 가서 수리분석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로즈 장학제도는 1902년 영국의 사회사업가 세실 로즈가 만든 것으로 학업성적과 지도력, 봉사활동 등을 고려해 장학생을 선발합니다. 2001년도 로즈 장학생 선발에는 모두 950여 명이 지원해 그중 32명만이 뽑혀 30대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선천성 시각장애와 그로 인하여 생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비참한 삶을 극복하고 미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영예의 ‘로즈 장학생’으로 뽑힌 한인 입양아의 이름은 자키리 베틀스(한국명 이정남)입니다. 자키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를 졸업하면서 수학과 프랑스어, 컴퓨터 등 3개 분야의 학사학위를 받게 되었고, 그의 드라마 같은 인생역정은 미국 피플지에 소개되어 미전역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18세 때 우연히 생부를 찾아 처음으로 편지를 쓰기도 한 자키리는 “친부모가 자신을 버린 것이 오히려 ‘기회의 땅’에 오게 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을 용서한다고 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2000년 6월에 자신의 여동생도 선천성 시각장애라는 이유로 고아원에 버려졌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자키리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그는 동생의 소재를 애타게 찾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모도 버리고, 자식도 버리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전혀 다르게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아주 귀하게 여기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현재 가진 재능이나 처한 상황보다 우리 중심과 영혼의 고귀함을 바라보십니다. 베틀스 부부는 하나님의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보고 사물을 보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