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목사 (주사랑선교교회 담임)
죄책감(罪責感, Guilty Conscience)은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책임(죄에 대한 責任)을 느끼는 감정을 의미한다. 죄책감은 내면으로 향한 적개심이며, 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죄 문제의 해결도 자신이 하겠다는 병적인 심리현상이다. 이같은 죄책감에 휩싸이게 되면 미칠 것 같고 나 자신이 형편없게 보이기도 하고 누구도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고 죽어버리면 이 감정에서 자유스러울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긴장된 삶을 살게 된다. 죄책감이 지속되다보면 우울증이 생기고 분노를 더하게 되며 사회적으로 부적응 하는 사람이 되고 때로 결혼파탄에 이르게 되며 약물남용에 빠지고 정신병에 이르기도 하며 심지어 자살로 생을 끝마치기도 한다.
“내가 매일 몇 시간씩 기도하리라!” “내가 매일 새벽기도를 나가리라!” “나는 매일 성경을 몇 장 읽으리라!” “내가 이제부터 온전한 십일조 생활을 하리라!” “내가 이제부터 주일성수를 하리라!” “내가 이제 깨달은 말씀을 생활에 적용, 실천하며 살리라!” 등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들을 바라보며 신앙적으로 죄책감에 빠진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누려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비그리스도인보다 더 큰 죄책감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교회가서 설교를 듣는 게 너무 힘들고,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 죄책감이 더 심해지고, 난 저렇게 못 살고 있는 데 어떡하나, 하나님이 나를 벌하시면 어떡하나 등의 생각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더 나아가 신앙마저 흔들리게 되며 자신의 구원마저 의심하게 한다. 죄책감이 심하면 하나님의 용서까지도 수용할 수 없게 된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죄를 깨닫게 하시지만(요16:7-13), 그리스도인에게 죄의식을 주시는 것은 죄책감으로 고통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잘못을 고치시고,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우시고 격려하시기 위함이다. 죄책감은 비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되고 사탄이 주는 것이지만, 죄의식은 성령께서 주시는 믿는 자의 특권이다. 죄책감은 우울증과 절망을 일으키지만 죄의식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용서를 체험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죄의식은 가져야 하지만 죄책감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탄이 주는 죄책감은 버려야하지만 성령께서 주시는 죄의식은 가져야 하고 한 가지 더 가져야 할 것은 영적인 부담(負擔,Burdens)이다. 많은 현대 교인들은 죄의식도 없고 죄책감도 없고 영적인 부담도 없이 나태와 무사안일하고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대형교회를 선호한다. 많은 교인들 가운데 묻혀 교회출석, 십일조, 주일성수, 헌신과 봉사 등을 어느 누구의 간섭과 부담없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영적으로 빚진 자의 부담을 갖고 신앙생활 할 것을 권면하고 있다. 사도 바울은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롬13:8)고 했다. ‘사랑의 빚’이란 ‘결코 갚을 수 없는 희생적, 헌신적,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아가페적 사랑’을 말한다. 사랑은 받아본 자가 사랑을 할 수 있고 비로소 주는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의 빚을 진 자가 사랑의 빚을 갚게 된다.
또한 바울은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내가 빚진 자라.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는대로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하노라”(롬1:14-15)고 말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대회심한 후 복음에 빚진 자의 부담을 가지고 이 기쁜소식 복음을 어떤 사람에게든지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무엘 선지자는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치 아니하겠다”(삼상12:23)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은 영적으로 기도에 빚진 자들이다. 그러므로 시험에 든 자, 마음에 상처입은 자, 버림받은 자, 악한 영에 눌린 자들을 위하여 중보기도하므로 기도의 빚을 갚는 삶을 사는 영적 부담을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비하, 열등감, 두려움, 수치심 등에 휩싸여 낙담 절망하며 디프레스 우울증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죄책감을 과감하게 버리고 성령이 주시는 죄의식의 깨달음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를 바라며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잘할 수 있도록 성령의 도움을 간구하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와 사랑과 복음과 기도와 용서의 빚진 자로서의 영적인 부담을 가지고 빚 갚는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