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 목사 (나성세계로교회 담임)
창세기에 등장하는 가인은 동생 아벨과 같이 하나님을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드릴 예물을 준비했고 그분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헌신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가운데 그분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웬만한 것은 마다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분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성숙하지 못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인은 자아가 살아있는 나머지 자신에게 있는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신앙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가인이 경험했던 비극은 하나님과의 단절된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하나님이 물으셨습니다. “가인아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러나 이에 대한 가인의 대답은 너무나도 차갑고 냉정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여 제사를 드린다고 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형제를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십계명의 중심 사상인 이웃사랑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소홀이 했다는 말입니다. 가인은 형제가 있는 곳을 알지 못한다고 함으로서 하나님과 관계가 없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아우를 지키는 사람이냐고 하나님께 물어봄으로서 형제에 대한 자신의 무책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분이 원하시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가인의 신앙은 이와 같은 것인데 하나님 앞에 나와서 예배도 드리고 헌신도 하지만 그분과 관계가 없는 신앙입니다. 예배를 받으시는 분과의 관계가 단절된 것도 모르고 스스로 헌신하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예배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지만 그분이 받으실 수 없는 신앙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린다고 하면서도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신앙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가인의 신앙을 가진 사람마다 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종교의 영에 묶여서 기계적으로 교회를 찾고 예배에 참석하던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가인의 신앙을 가진 사람은 신앙생활 가운데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가인이 보여주고 있는 신앙은 우리의 믿음을 좀먹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