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 목사 (나성세계로교회 담임)
목회를 하는 목사의 입장에서 볼 때 교회가 예배당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예배장소를 구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기억하면서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해봅니다. 예배당을 빌려서 사용하던 미국 교회에서 비워달라고 하는 바람에 가슴을 졸이며 장소를 찾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마땅한 예배장소를 구하지 못해서 다른 교회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교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배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배당을 가지고 있는 다른 교회와 합하게 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교회의 입장에서 예배처소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가를 생각해봅니다.
몇 년 전 미시간 주에 갔다가 예배당에 얽힌 특별한 사연 하나를 듣게 됐습니다. 이 교회는 적은 무리의 나이 든 교인들만 남게 되자 교회의 존립에 대해서 심각한 결의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예배당을 계속해서 다른 목적이 아닌 교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서 건물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교회의 사명을 가장 잘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교회에 팔기로 했는데 그것도 단돈 1달러에 팔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친구 목사님 교회가 교회를 1달러에 구입했으며 그 돈도 에스크로를 마친 후에 되돌려주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와 같이 피땀으로 마련한 예배당을 돈 한푼 받지 않고 이웃 교회에 헌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미시간의 시세로 따져보더라도 4백만 달러는 족히 될 수 있는 재산을 아무 조건 없이 양도한다는 사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러한 사연을 접하면서 먼저 내 자신과 섬기고 있는 교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우리라면 이러한 예배당을 다른 교회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일에 선뜻 찬성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말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일을 먼저 생각함으로서 자신들의 지분을 챙기려는 어떠한 욕심도 절제했던 것입니다. 나에게 있는 것도 결코 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초대교회 성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요사이 재산권 문제로 법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교회들에게 적지 않은 교훈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처럼 성숙한 신앙의 삶을 통해서 주변에 감동을 주는 신앙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