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교회
한국에 방문하였다가 미국으로 귀국하기 위해서 공항에 가서 출국 수속을 마친 후 여유의 시간이 있어서 공항 라운지에 갔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있었는데 내 뒤편에서 여성분이 전화 통화하는 내용이 들려옵니다. 친정어머니를 방문하였다가 귀국하시며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통화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여성분은 어머니에게 약간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형부랑 언니 말 잘 들어요. 형부와 언니가 얼마나 착한지 아시잖아요? 절대로 고집부리지 말고 언니 말 잘 들으세요, 알았지요?”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께서 긍정적으로 대답하시는 분위기였습니다. 여성분은 곧이어 어머니께 신신당부하는 말을 합니다. “엄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뭐 하라고 했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할 일이 뭐라구요?” 어머니께서 대답을 주저하시자 약간 목소리의 음성을 높여서 다시 물어봅니다. “엄마, 제가 엄마에게 아침에 눈뜨자마자 무엇부터 하라고 했어요? 엄마, 한 번 말해 봐요?” 딸의 재촉에 어머니가 대답을 합니다. 저는 통화를 들으면서 무척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따님이 엄마에게 아침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했을까? 너무 궁금해서 뒤를 돌아서 여성분에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주책이 없는 것 같아서 물어보지 못하고 속으로 무엇일까? 상상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은 여성분은 어머니에게 또 다시 물어봅니다. “엄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할 일을 하시고 난 다음 뭐 하셔야죠? 맞아요. 흰죽 먹기. 엄마, 흰죽 먹은 다음에 뭐 하죠? 네, 약 먹기. 약 먹은 다음 에는요? 경로당 가기” 여성분은 어머니의 대답에 만족하시며 다시 한 번 어머니에게 정리해서 말해 줍니다. “엄마, 아침에 일어나시자마자 제일 먼저 보청기 끼우는 일이예요. 알았지요? 보청기 끼우시고, 흰죽 먹고, 약 챙겨서 드시고, 경로당에 가세요.”
난청을 가지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자녀분들이 의외로 힘들어 하시는 부분이 소통입니다. 자존심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런지 아니면 모든 소리들이 섞여서 들려 머리가 아프셔서 그런지 모르지만 난청을 가지신 부모님들이 보청기를 끼우는 일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자녀의 말을 잘 듣지를 못하다 보니까 오해도 하고, 자신의 고집대로 하는 경향이 있어 갈등을 겪게 됩니다. 우리가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상대방의 음성을 듣지 못하면 내 생각, 내 뜻에 집착하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대로만 행동하게 되고, 주위로부터 외면을 받게 됩니다. 성도가 아침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을 향해서 마음의 보청기를 끼우는 일입니다. 마음의 보청기, 기도입니다. 왜냐하면 성도가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 있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지 못하면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에 사로잡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매일 매순간 우리의 마음 문 밖에 서서 두드리십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했던 다윗은 낙심의 때에 하나님을 찾고 기도하였고(시42), 자신에게 직면한 문제의 돌파구가 필요할 때에 제일 먼저 하나님께 물었습니다(대상14:10). 다윗은 자신의 생각이 아닌 하나님의 생각을 듣기 원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마음의 보청기를 끼우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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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