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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사람과 속사람

김창섭 목사

(세계선교교회)

자주 오가는 길에 큰 공장 같은 건물이 하나 있다. 그냥 공장 아니면 창고인 줄로만 알았다. 하루는 쇼핑몰에 꼭 가야 할 일이 있어서 내비게이션을 켜서 찾아갔는데, 찾아가니 그 공장 같은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 공장 같은 건물 안은 어마어마하게 화려했다.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쇼핑을 마치고 나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쇼핑몰은 내부가 중요하지, 겉모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건물의 겉모습을 보기 위해서 쇼핑몰을 가는 것은 아니니까. 

쇼핑몰이 내부가 겉모습보다 중요하다면, 나는 내면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살아가는가 아니면 겉모양을 가꾸기 위해서 살아가는가 생각해 본다.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광고들은 온통 우리의 겉모습을 가꾸기 위한 것이다. 피부가 10년은 젊어 보이게 만든다는 화장품, 다리가 길어 보이게 만든다는 옷, 머리 숱이 많아 보이게 만드는 헤어스타일처럼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굳이 더 고가의 브랜드의 옷을 입고, 굳이 더 비싼 메이커의 자동차를 타는 것도 대부분 우리의 겉모습이 멋져 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보면 온통 좋은 모습, 멋진 모습뿐이다. 좋은 겉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겉모습보다 내면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알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 보다도 겉모습에 더 많이 투자하곤 한다. 내면을 가꾸는 것은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면은 아무리 가꿔도 겉으로 별로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면을 가꿨다고 하여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면을 가꾸고 투자한 것이 겉으로 바로바로 보여진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내면에 투자할 것 같다. 

우리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내면을 가꾸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사람을 만날 수도 없이 하루 종일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있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바쁘게 살아갈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우리의 내면의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잘 돌보지 않은 부부관계로 인하여 팬데믹 기간 동안 이혼율이 20%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고, 팬데믹 기간 동안 우울감을 경험한 사람이 30%가 넘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만큼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 나의 내면, 나의 속사람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살아왔다는 뜻이다. 

바울 사도는 에베소서 3장 16절에서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 하고 기도한다. 여기에서 속사람은 우리의 내면의 영적 상태뿐만 아니라,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내면의 상태도 가리킨다. 바울 사도의 성도들을 향한 기도 제목의 하나에 해당할 만큼 우리의 속사람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속사람을 가꿀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지름길은 없다. 빨리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우리의 내면은 성형수술 같은 단시간적인 방법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저 매일 매일 경건에 이르기를 훈련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매일 꾸준한 말씀과 기도, 곧 어떻게 보면 지루할 것 같은 반복적인 경건의 습관을 들이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말씀에 나의 내면을 비추어, 나의 본 모습을 대면하는 방법 밖에 없다. ‘내가 정말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고 있는가?’ 하고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 말이다. 이런 일들은 어렵고, 해도 잘 표시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주 앞에 섰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의 겉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속사람을 그리스도의 심판대 위에 세우실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 때가 되기까지 매일매일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는 것이 우리의 살 길이다.

오늘도 우리의 속사람이 강건하기를 기도드린다.

wmclakim@gmail.com

11.0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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