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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젊은 부부가 애완견을 너무 가지고 싶어서 요즘 대세인 3개월 된 프랜치불독을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삽니다. 프랜치불독의 엎드려 자는 모습은 너무나 태평스럽고, 왜만한 일에는 촐삭거리지 않고 무게감 있게 행동합니다. 옆집에 개가 아무리 큰소리로 짖어도 같이 경계하면서 짖지도 않고, 불꽃놀이의 폭죽이 울려도 전혀 놀라서 움직이거나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젊은 부부는 자신의 애완견 프랜치불독의 어른스러운 행동에 감탄하게 됩니다. 하루는 젊은 부부가 집으로 들어오니까 거실에서 프랜치불독이 바닥에 배를 깔고 쭈욱 누러져서 자고 있어서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래도 프랜치 불독은 태평하게 잡니다. 젊은 부부의 남편이 손으로 프랜치불독을 만지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며 일어납니다. 젊은 부부는 프랜치불독을 구입한지 4개월 만에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물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합니다. 검사를 해보니 프랜치불독의 귀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거의 귀머거리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랜치불독이 소리에 반응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온 한 늙은 부부가 계셨습니다. 남편이 중풍에 걸려서 신체적인 부자유스러움 때문에 고생하십니다. 아내는 남편을 정성스럽게 수발들며 섬깁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깊어서 수발드는 일이 힘들거나 짜증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일어나면서 그만 실수를 합니다. 식탁에서 일어나면서 바지에 대변을 봅니다. 아내는 안타까워하면서 남편에게 따뜻한 말로 말합니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셔야 했으면 말씀해 주시지 그랬어요?” 그러자 남편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 알고 보니 남편이 신체적으로 연약해져서 자신의 의지와 통제력과는 무관하게 대변이 나왔던 것입니다.

우리는 내 자신의 생각과 관점에서 누군가의 모습과 행동을 보고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내 경험을 기반해서 판단하기도 하고, 내 지식을 가지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내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일어난 일들과 행위들을 바르게 분석하고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내 자신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상황이 있고, 내가 알 수 없는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쯤은 생각해야 합니다. “혹시 말 못한 사정인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혹시 내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예수님은 자신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를 부활하여 만나셨을 때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베드로의 연약함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부인할 수밖에 없었던 베드로를 이해하셨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베드로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고,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yosupbois@hotmail.com

03.0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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