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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할 것인가, 피날레 할 것인가?

강인국 목사

(미시아나한인교회)

가을이 지나갔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 단풍의 색깔이 진하고 아름다웠다. 타지에서 우리를 방문한 어떤 목사님 부부는 이 지역의 단풍들은 원래부터 이렇게 아름다웠느냐며 길가의 단풍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핏빛같이 붉은 나뭇잎들, 열대어 물고기처럼 샛노란 단풍들과 형형색색의 선명한 색깔을 가진 단풍들이 앞 뒤 뜰 위에 융단처럼 내려앉았다.

나뭇잎들은 봄과 여름에는 그토록 신선한 푸르름들을 선물하더니 마지막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색깔들로 불태우고 떠나갔다. 그런데, 어떤 나뭇잎들은 그냥 거무죽죽한 색깔로 변하며 떨어졌다. 그 나뭇잎들도 자신들의 사명을 다 완수하고 낙엽이 되었겠지만 이왕 낙엽이 될 바엔 화려한 단풍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피날레(Finale)는 프랑스어이다. 피날레는 영어의 파이널(Final)하고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파이널은 말 그대로 끝이다. 하지만 피날레는 그냥 마지막이 아니라 멋있고 웅장하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전체를 말한다. 공연에 있어서 피날레는 크레센토가 되기도 하고 클라이맥스가 되기도 한다.

불꽃놀이에서는 한 번에 두 서너 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수십 개의 불꽃을 한꺼번에 쏟아 올리며 화려하고 장엄하게 피날레를 장식한다. 올림픽축하공연장에서는 한명 또는 한 그룹이 무대 위에 나와서 공연하다가 공연 마지막 무대에서는 그동안 수고했던 많은 사람들을 나오게 하여서 감사하고 격려하며 함께 노래하며 춤추어서 멋진 축제로 피날레 한다.

주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고 교회 문을 나서면서 생각한다, “오늘 예배 마침내 끝마쳤어, 내 할일 다 했어.”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그날 들은 메시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간다.

성도는 파이널의 삶이 아니라 피날레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성도가 예배나 성경공부를 통해서 받은 메시지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끝내면 그것은 파이널의 삶이다. 하지만 성도가 주일예배를 통해서 받은 그 메시지를 내 삶속에서 실천하고 주위를 향하여 사랑과 기쁨을 퍼 나를 때 그것은 멋진 피날레의 삶이 된다. 성도는 성경의 메시지를 자신의 언어와 삶을 통해서 주위를 밝고 따뜻함이 넘치는 축복으로 귀결시켜야한다. 그리고 성도는 공적 자리에서 은퇴한 후에는 약한 사람이나 선교지를 돕고 위로하는 일들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은은한 단풍같이 피날레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사도 바울은 일생 동안 주님의 복음을 전하며 달려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세계의 중심지이요 핍박의 소굴인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하다가 핏빛같이 혼을 불태우며 자신을 삶을 피날레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일생동안 순수하게 열심을 다해 수고하다가 그 끝을 아름답게 피날레하지 못하고 끝내는 경우들도 많다. 성도는 무엇보다 마지막을 더 멋있게 피날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해는 코비드로 인하여 우리 일생 어떤 해보다 독특한 해였고 수많은 슬픔과 아픔과 두려움으로 얼룩진 해였다. 나무가 아픔과 시련을 강하게 경험할수록 나뭇잎은 더 아름다운 단풍 색깔을 가지는 것 같다. 이 해도 그냥 마지막으로 끝내지 말고 뭔가 멋있게 피날레 할 것을 찾아보고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예수님은 일생 동안 생명나무가 되셔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인생들을 초청하셔서 자신의 품 안에서 쉬게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친히 십자가에 달려서 붉은 피를 흘리시면서 인간구원의 대단원을 피날레 하셨다. 

우리의 육신은 어차피 소모되어 없어진다. 우리의 육신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소멸되어 파이널 되든지,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을 다해서 피날레 하든지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단순히 파이널 할 것인가 피날레 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기도 하다. 성도는 주님을 따르는 사람이다. 성도는 생명의 불꽃이 다 하는 그 순간까지 주님의 말씀을 퍼트리고 사랑과 기쁨을 나누고, 영혼을 구원하여서 주님이 기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바울은 로마서를 마무리 하면서 자신과 함께 헌신적으로 수고한 사람들을 불러내어서 감사하고 격려하며 캄캄한 밤에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복음의 영광을 쏘아 올리며 로마서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우리도 인생의 마지막 무대에서 우리와 함께 인생의 무대를 꾸며 온 사람들을 초청해서 감사와 격려를 하며 영원한 나라에 대한 소망을 쏘아 올리며 한바탕 멋진 축제로 피날레하면 얼마나 좋을까?

cyd777@hotmail.com

12/0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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