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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폭이 넓은 성도

김요섭 목사

열매교회

하나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양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축복을 주십니다. 계절의 변화는 때로 우리에게 단조로운 삶이 아닌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동기를 주기도 합니다. 봄과 여름동안 푸른 나뭇잎을 보다가 가을에 나뭇잎의 색이 변화되는 단풍을 보면서 새로운 느낌과 기분을 가지게 됩니다.

단풍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서 10월 중순에 맘모스와 비숍 지역을 갔습니다. 약간 이른 감이 있었지만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단풍나무인 사시나무의 나뭇잎들이 노란색으로 변화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노란색으로 변화된 사시나무 잎사귀들을 보면서 캘리포니아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나에게는 나름대로 계절의 변화와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노란 단풍을 보면서 감동을 하고 있는 순간에 일행 중에 어떤 분은 저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동부지역과 스모키마운틴, 한국의 설악산이나 내장산에서 보던 알록달록한 단풍에 익숙해 있던 분에게 캘리포니아의 단풍은 아무른 감흥도 주지를 못하는 광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붉은색, 갈색, 노란색 등으로 화려하게 섞여 변화된 단풍을 기대하던 사람에게 거의 노란색으로만 물들여 버린 단풍의 광경은 화려함이 아닌 단조로움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지역적으로 부드럽고 넓은 잎으로 햇빛을 많이 받아 적응하는 낙엽 활엽수가 자라기 어렵습니다. 대신 건조에 강한 바늘잎 모양의 침엽수들이 자라는 환경입니다. 다양한 단풍을 구경할 수 없는 침엽수가 대부분인 캘리포니아에서 노란색으로 변한 사시나무의 단풍을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단풍 구경이라는 설레임을 가지게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 동부의 단풍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캘리포니아의 단풍은 아마도 단풍으로 다가오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단풍은 알록달록한 색들로 가득찬 광경만 경험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특별한 지역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캘리포니아의 노란색 단풍은 이해가 되고 새로운 단풍의 특이함을 느끼는 즐거움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경험에 의지해서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나 상황들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은 돈으로 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있듯이 아주 소중한 재산입니다. 그래서 경험은 때로 나로 하여금 바른 판단을 하게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경험이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모든 삶의 모습들을 경험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의 경험이 전부가 아니라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행동과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이 있고, 이해할 수 없는 배경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 번 쯤은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성도는 생각의 폭이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이 있겠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절대화하고, 아집과 고집과 교만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자가 되어 자신이 옳다고 여기며 다른 사람을 정죄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의인은 없습니다. 다 죄인입니다. 오직 우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분은 하나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아니기에 우리의 연약함과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이 있겠지?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라는 마음을 갖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yosupbois@hotmail.com

11.1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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