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아나한인교회)
나는 길에 대한 환상이 있다. 잘 만들어진 아름다운 길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 이 길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이 길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갈까? 이 길 위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 위에서 웃고, 울고, 절망하며, 떠나며, 돌아가며, 또는 꿈을 찾아 이 길을 따라갔을까? 그래서 나는 길을 배경으로 하여서 사진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은 어디일까? 아마 라우트 66번(Route 66) 길일 것이다. 이 길은 미국 최초로 동과 서를 가로 지르는 길로서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시작하여서 캘리포니아 주 산타모니카 피어 위에서 끝이 난다.
존 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에 이 길이 나온다. 당시 세계 대공황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부채와 가난을 피해서 서부로 가기 위해 사용한 길이 그 길이다. 존 스타인백은 그 길을 ‘어머니길’이라고 불렀다. 라우트 66번을 통해서 수많은 곁길들이 생겨났으며, 또한 그 길은 땅과 집을 빼앗기고 절망과 분노를 안고 도망가던 모든 사람들을 안아준 길이라고 말한다. 그 길은 절망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길이지만,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 길이기도 하다.
오늘도 길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간다. 과연 그들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을까?
다음의 글은 이스라엘의 철학자인 마틴 부버가 쓴 ‘인간의 길’이라는 짧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내가 조금 각색을 해보았다.
어떤 사람이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인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빗고, 얼굴에 로션도 바르고, 원하는 옷과 넥타이를 입기 위해서 집 전체를 다 뒤져서 옷을 차려입고, 양말을 신고, 구두를 닦고, 마침내 방문을 나선다. 그러다가 그가 갑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그런데, 내가 어디로 가야 하지?”
이것은 사람의 모습에 대한 풍자이다. 사람은 매우 분주하게 살아간다, 정신없이 바쁘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고, 어딘가 갈 곳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분주하게 정신없이 살아가지만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 세상에는 유명한 길들이 많이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도의 올레길, 캘리포니아에 가면 서부해안 절벽을 따라가면서 건설된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가 있고, 뉴욕에 가면 금융기관들이 즐비한 월 스트리트와 유명한 극장들이 있는 브로드웨이가 있고, 시카고에 가면 매그니피션트 마일이 있다.
이 세상에 많은 길들이 있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순례하고 우리 마음에 소유해야 할 길이 있다.
예수님은 “내가 곧 길이다”(요14:6)라고 말씀했다. 그리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고 하셨다. 마치 라우트 66번 길이 마음에 절망과 분노와 눈물로 가득한 사람들을 받아주었듯이, 주님은 친히 자기 자신이 길이 되셔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영혼들을 품에 안으시기 원하신다. 그리고 주님은 두려움과 고통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을 안아주시고, 쉬게 하시고, 소망의 나라로 인도해주기 원하신다.
이 시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을 지나가고 있다. 이 어둠의 끝이 어디인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참된 길이 되시는 주님을 만나야 한다. 그럴 때에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해낼 수 있고, 어떤 시련과 절망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목적지까지 무사히 완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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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