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살아 있을 동안에 해야 할 일

강인국 목사

(미시아나한인교회)

지난 6개월 동안의 팬데믹 시대 목회는 단 한 번도 실행해보지 않았던 전혀 다른 세상의 목회 방법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예배당 문이 닫혔다. 유튜브에서 실시간 영상송출 방법을 배웠다. 나와 아내 둘이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예배실황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서 유튜브를 통해서 송출하였다. 예배 후에 내가 송출했던 방송을 모니터해 보았는데, 예배 영상과 음질이 너무 조잡하여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 교회는 인디애나의 작은 도시에서도 옥수수 밭 한 모퉁이에 위치에 있어서 아직 인터넷 케이블이 없다. 교회에 설치된 전화 모뎀의 인터넷 평균속도는 10Mb 정도이며 업로드 속도는 3Mb 정도이다. 그 속도로는 실시간 영상예배를 송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케이블 회사에 문의했더니 케이블을 교회까지 끌어오는데 5만5천불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하였다. 그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케이블을 설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영상의 질을 낮추어서 송출했으니 질은 조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과연 어떤 교우가 저 영상을 보면서 예배에 집중하고 은혜를 받을 수 있을까? 본 교회 교우는 영상예배에 입장은 하겠지만 과연 누가 끝까지 인내하며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그러다가 결국 영상예배도 드리지 않게 되거나 영상과 음질이 좋은 다른 교회의 예배에 참여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들이 몰려왔다. 

나와 아내는 송출 중단의 위기감으로 가슴 조리며 겨우 실시간 방송을 해내고 있었는데, 부활 주일에는 결국 송출이 끊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그 때에는 스트레스로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았다. 그 때부터 안전하고 나은 영상예배를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했다.  그 이후 여러 회사의 실시간 방송을 위한 기계들(영상캡처 보드, 음성캡처 보드, 스피드 부스터, 외장 마이크 등)을 구입하고, 매뉴얼을 공부하고, 설치하고 테스트하기를 2개월 정도 하였다. 그런 류의 기계와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없던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하나씩 구매하여서 밤새워 연구하고 설치하고 실패할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우리 교회 인터넷 속도로는 도저히 양질의 방송을 내보낼 수 없음을 깨닫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에 예배 영상을 미리 녹화해서 예배시간에 맞추어서 방출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찬양팀이 합세해서 큰 힘이 되어주었다. 예배 방송을 녹화하고, 녹화된 내용을 편집하고, 편집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예배 시간에 다시 같이 예배드렸다. 주일예배, 수요 성경공부, 토요 새벽기도 등의 예배들을 준비하고 송출하는 일에 일주일을 밤낮으로 작업해야 했다. 주일예배 녹화 시에는 찬양팀이 참석해주어서 설교 시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수요 성경공부와 새벽기도 시간은 나와 아내 둘이서 준비하다 보니 다른 세계에서, 사막에서 홀로 설교하는 기분이었다. 

8월부터는 주 정부에서 예배당 예배를 허락하였다. 감염 예방을 철저히 준비해놓고 교우들을 교회에 오시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드라이브인 예배를 준비했다. 교우들이 각자의 차 속에 앉아서 라디오를 통해서 예배를 드리면 100% 안전하기 때문이다. 드라이브인 예배용 트랜스미터를 구입하여서 설치하였다. 그 기계에 맞는 마이크 케이블을 교회 이곳저곳에서 찾아내어서 설치하고 테스트를 하는데 도저히 작동이 되지 않았다. 서너 개의 케이블들을 바꾸어 가면서 몇 주간 애를 썼지만 기계는 심한 잡음을 낼 뿐 작동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그 케이블이 전부 다 고장 나 있었던 것이다. 교우님들이 각자의 차에서 라디오와 함께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교회 건물 외벽에 TV를 설치하였다. 매 주일마다 TV를 쉽게 설치하고 철거할 수 있도록 도르레도 달았다. 하지만 밝은 태양 아래에서는 TV의 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몇 주간의 수고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해서 크게 낙심되었다. 

그리고, 예배 인원의 거리두기를 위해서 친교실과 유아실 등지에 TV를 설치하고 천정을 뚫고 케이블을 설치하여서 각 방에서 예배드릴 수 있도록 재난대책위원들이 수고해주었다. 그리고 실시간 온라인 예배도 계속해서 송출하여서 주일학교 자녀들과 연로하고 병든 분들이 집에서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래서 요즘 주일 강단의 마이크는 실내용, 드리이브인용, 실시간 온라인용 등을 위한 3개의 마이크들이 설치되어 있다. 주일 아침마다 정신을 차리고 각 기계들을 점검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방송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동안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꼈는데, 팬데믹 시대의 시간은 약 5배 이상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다. 아마 백신의 개발을 기다리고 바이러스 걱정 없는 안전한 모임을 간절히 기다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세상에서의 다른 목회적 일상이 온 몸의 진을 다 빼어 나가는 느낌이다. 언제 평화롭고 안전한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언제 걱정 없이 드리던 그 옛날의 예배로 돌아가게 될까? 이제 다시 힘을 내어야지

dik0184@yahoo.com

 

09.05.2020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