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127시간

3개 부문 골든그로브에 노미네이트된 ‘127시간’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애런 랠스턴이라는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그는 산을 자기 집처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영화는 그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즐겼던 유타주에 있는 Blue Zone Canyon을 산악자전거를 타고 혼자 누비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혼자서 계곡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너무 편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그는 조난을 당합니다. 협곡에 미끄러지면서 함께 떨어진 작은 바위에 팔목이 짓눌리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힘을 써도 협곡에 낀 바위와 팔목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는 먼저 자신이 가진 것을 점검합니다. 산악용 로프와 중국산 칼, 그리고 500ml의 물, 전등과 캠코드가 전부입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사용해서 상황을 벗어나려 했습니다. 칼을 써서 바위에 틈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줄을 써서 움직여 보려고도 합니다. 결국 자신이 처한 환경은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도와달라고, 누가 없냐고 죽을힘을 다해 외쳤습니다. 아무도 그 외침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꿈을 꾸었습니다. 행복했던 꿈과 절망적인 꿈을 함께 꾸었습니다. 시간은 점점 지나갔습니다. 힘이 빠지고 물이 다 떨어져갔습니다. 그는 결국 절망하고 맙니다. 캠코드에 자신의 유언을 남겼습니다. 누가 이 캠코드를 발견하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지쳐서 잠들었던 그가 화들짝 깨어났습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바위에 낀 자신의 팔을 보니, 이미 오랫동안 피가 통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남은 힘을 써서 뼈를 부수고, 무딘 칼로 자신의 팔을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그곳에 한쪽 팔을 남겨두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가 조난을 당한 후 팔을 포기하고 구조되기까지의 시간이 영화의 제목인 ‘127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잘 안다고 믿고 있는 것에서 반복해서 실수를 저지르거나 어려움에 빠집니다. 자신 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위기를 만나면 먼저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해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위기는 참 된 위기가 아닙니다. 위기를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우리는 대부분 도움을 요청합니다. 사람을 의지하고 환경을 의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조차 효과가 없을 때, 우리는 결국 절망합니다. 그리고 절망과 낙심, 고난과 위기 속에 우리가 너무 쉽게 빠지고 맙니다.

고난과 낙심, 절망 밖에는 할 것이 없을 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다음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라면 절망적인 환경 가운데서, 아무런 내적인 힘과 외적인 도움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내려놓는 것입니다. 포기하는 것입니다. 벗어버리는 것입니다. 내 팔목이 지금 문제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애런은 자신의 팔목을 내려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난과 낙심은 우리의 삶에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다 사용해봐도, 도와달라고 목놓아 부르짖어도 때로는 고난과 낙심은 점점 더 깊어지기만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의 점을 넘어서면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절망의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끝까지 움켜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 무엇을 포기할 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신앙(信仰)’을 영어로 ‘Faith’라고 하는데, 이것을 풀이하면 ‘Forsake All I Take Him’이 됩니다. 즉 “나는 모든 것을 내버리고(포기하고) 그(Jesus,예수님)를 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세상에 좋다는 것을 다 포기하고, 예수님만을 나의 유일한 구세주(救世主,Savior)로 믿고, 의지하고, 내 생의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입니다. 잘 한다고, 잘 안다고 자만하지 맙시다. 자만하므로 위기에 처했을 때, 포기할 줄 아는 신앙인이 됩시다. 아무도 도울 사람이 없다고 생각될 때, 주님을 찾는 신앙인이 됩시다.

jaekunlee0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