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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복과 하늘의 복

여승훈 목사

삶의 여러 가지 필요에 대한 공급을 받을 때 이를 두고 사람들은 "복" 받았다라고 말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복을 이 땅에서 받기 위해서 자신들의 신에게 손이 닳도록 빌고 또 빌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리스도인들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기도 시간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을 삶의 필요에 대하여 구하는 내용인 경우가 매우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바로 이런 경향이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삶의 어려움을 만났을 때 크게 휘청거리며 좌절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복에 대한 바른 이해는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혹자들 가운데는 구약 시대의 복을 물질의 복 즉 땅의 복을 가리킨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부터 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형성되어서 성경이 전하고 있는 복에 대한 참된 메시지로 부터 비켜나게 되는 것이다. 성경의 독특성중의 하나는 "일관성"이다. 구약에서는 땅의 복을 이야기했다가 신약에서는 하늘의 복을 이야기하는 그런 불규칙적인 메시지를 성경은 결코 전하지 않는다. 구약과 신약 전체를 통하여 복에 대하여 일관 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땅의 복을 통하여 하늘의 복을 사모하고 하늘의 복을 소망하게 하는 것이다.

성경은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땅의 복을 배제시키고 하늘의 복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땅의 복과 하늘의 복의 관계는 일종의 모형과 실체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땅의 복이 모형이라면 하늘의 복은 실체가 되는 것이다. 땅의 복을 완전히 배제하고 하늘의 복만을 주장하면 과거 기독교 역사 가운데 나타났던 이원론적인 이단 종파들의 뒤를 따르는 위험성이 있다. 동시에 땅의 복을 통하여 종국적으로 보아야할 하늘의 복에 대한 소망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기복 신앙이 되는 것이다. 참된 복음 메시지는 모형과 실체의 관계를 조화롭고도 균형 있게 인식시켜서 삶에 필요로 하는 땅의 복을 구하게 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영원한 하늘의 복에 대한 소망을 붙잡도록 이끈다.

삶에 필요한 땅의 복을 달라고 하나님께 요청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모든 것의 공급자 되시는 하나님을 더욱 갈망하고 더욱 사모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구약의 족장들도 땅의 복을 통하여 하늘의 복을 사모하는 삶을 살았다. "믿음으로 아브라함은...이방의 땅에 있는 것같이 약속의 땅에 거류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 및 야곱과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이는 그가 하나님이 계획 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라...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 하였으니 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본향 찾는 자임을 나타냄이라 그들이 나온바 본향을 생각 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 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브리서 11:8-10; 13-16).

히브리서 11장에 나타난 족장들의 특징은 땅의 것을 구하고 땅의 것을 누리고 살면서도 동시에 하늘의 성을 바라고 소망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땅에서 이루어져야할 것이 그들의 복의 전부로 이해하였다면 현실적으로 받지 못하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 때문에 매우 안타깝고 힘든 처지에 놓여 있었을 것이다. 가나안 땅에 대한 약속을 족장들은 하나님으로 부터 받았지만 이 땅에 사는 나날 동안에는 가나안에 있는 한 평의 땅도 가지지 못했다. 그들이 가진 땅이 있다면 죽고 나서 그들의 시체가 묻힌 무덤이 전부다. 만약 그들이 땅의 것을 복의 전부로 생각했다면 얼마나 비관적이었겠는가 생각해보라. 말할 수 없이 낙망하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족장들은 땅의 복을 구하면서도 궁극적으로 하늘의 소망을 구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땅의 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가운데서도 아주 넘어지지 않았고 아주 낙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족장들의 신앙을 묘사하면서 첫 번째로 서술하는 표현이 "믿음으로"이다. 이 믿음은 하늘의 복을 소망하는 믿음이다.

성경은 하늘의 모든 복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모두 들어있다고 말씀한다. "그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취어 있느니라"(골2:9). 땅의 복이 지체되는 현실의 상황을 감당하게 하고 넉넉히 이기게 하는 능력은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간절히 매어 달려 보라. 그 분 안에 있는 모든 지혜와 지식의 보화들이 당신 안에서 실제가 되게 하는 것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분께 대한 당신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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