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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염소

이재근 목사 (주사랑선교교회 담임)

교인 수 1만 명의 미국의 대형교회 근처에서 한 노숙자가 초라한 행색으로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인 중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온 사람은 3명에 불과했고, 초췌하고 남루한 차림의 노숙자는 교회로 향하는 교인들에게 “음식을 사려고 하니, 잔돈 좀 달라!”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예배 시간이 되어 노숙자는 성전 맨 앞자리에 앉으려 하였으나, 예배위원들에게 끌려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는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맨 뒷좌석에 겨우 눈치를 보며 앉았고, 광고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새로 우리 교회에 부임하신 스티펙 목사님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나와주시죠!” 교인들은 모두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새로 부임한 목사를 찾아 일제히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 모든 성도 들은 경악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노숙자가 강단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가 바로 이 교회에 새로 부임한 예레미야 스티펙 목사(노숙자)였습니다. 그는 노숙인 차림 그대로 강단에 올라갔고... 곧장 마태복음 25장 31절부터 40절까지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과 염소’의 비유로 누가 양과 염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스티펙 목사가 말씀을 마치자, 회중은 무언가에 심하게 얻어맞은 듯 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는 교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스티펙 목사는 이날 오전 조용한 목소리로 “오늘 아침 교인들이 모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아니었습니다. 세상에는 교인들은 많으나, 제자는 부족합니다. 여러분들은 예수님의 제자입니까?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대교회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합니다.

인도의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가 앤드류라고 하는 영국 선교사로부터 전도를 받고, 마침내 마음이 움직여서 어느 날 주일에 백인교회에 나갔지만, 깡마르고 남루한 유색 인종이란 이유로 문 밖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디에게 “당신은 왜 교회에 나가지 않습니까? 왜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간디는 그때마다 입버릇처럼 같은 말로, “예수는 좋으나, 교회는 싫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만일 간디가 그날 백인 교회에서 문전박대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 10억이 넘는 인도가 기독교 국가로 변해 있지 않았을까? 큰 아쉬움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 박사(드류신학대 부총장)는 한국교회가 “‘예수 결핍장애’(JDD:Jesus Deficit Disorder), 즉 ‘교회 안에 예수가 없다’라는 심각한 질병에 걸려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세속문화에 동화되어 물질만능, 권위와 명예주의, 학맥과 인맥, 지방색을 강조하는 한국 교회의 실상을 지적했다고 봅니다.

야고보서 2장1-4절에서도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너희가 받았으니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만일 너희 회당에 금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더러운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이 들어올 때에 너희가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를 돌아보아 가로되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가난한 자에게 이르되 너는 거기 섰든지 내 발등상 아래 앉으라 하면 너희끼리 서로 구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초대교회에서도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심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자들이 모인 교회와 불신자들의 사회와 무엇이 다르다는 것입니까? 예수님은 마태복음 25장의 말씀대로 배고프고, 목마르고, 병들고, 갇히고, 눌리고, 소외된 자들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는데,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우리는 천국의 영생복락을 누릴 양입니까? 지옥의 영원형벌을 받을 염소입니까? 교회와 성도들이 다시 한번 회개와 성찰, 변화와 갱신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회개와 변화가 없는 교회에는 아무리 큰 대형교회라도 ‘예수가 없는 교회’입니다. jaekunlee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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